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미시건 주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을 찾아 연설하면서 꺼낸 말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3일 전이다. 이튿날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 관련 주식값이 일제히 올랐다.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에서 앞서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입으로 이를 확인하자 일어난 주가 랠리"라는 게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의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를 겨냥한 언급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지난 4월 29일 취임 100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 노동자가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서 앞서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차량반도체 부족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던 5월엔 한국의 삼성을 포함한 18개 대기업 대표를 초청한 온라인 대책 회의에서도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를 `오늘날의 인프라`라고 지목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눈길을 끌었던 일 중의 하나가 한국의 4대 기업 대표들이 미국에 들고 가서 풀어놓은 돈 보따리였다.
삼성은 반도체, 현대는 전기차, LG와 SK는 배터리 등 미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며 밝힌 총 투자 규모가 44조원이다.
44조원, 어림잡아 미국 돈 400억달러다.지난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인 평균 국민소득(GDP)이 6만5000 달러 정도이니 1년 동안 미국 평균국민소득에 해당하는 연봉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일자리 약 61만5000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양질의 일자리다. 일단 시설이 가동될 때 파급효과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 영역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입이 벌어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들 4대 기업 대표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게 한 것, 회담 결과에 만족한 문 대통령이 귀국 후 이들을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융숭한 대접을 한 것이 44조원의 위력이 아닌가 싶다.
워싱턴 정상회담 뉴스를 보다가 두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우선 한국이 정말 큰 나라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긴 하지만 세계 전략을 밀고 나가는 데 힘이 부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팍스 아메리카`를 구가하던 30년 전보다 미국의 부(GDP)는 명목상 3배 증가했지만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정치적 입김 확대로 미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상원외교위원장과 8년의 부통령을 경험하며 중국의 발전을 눈여겨 지켜봤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초조감을 갖게 된 게 아닐까.
미국은 지금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지만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터득한 중국은 기후변화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전기차 분야에서 기회를 노리며 지난 10여년간 준비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메이커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안주해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