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그는 한때 윤 전 총장에게서 `별의 순간`을 봤다며 극찬했지만 돌연 "별의 순간을 잡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눈길을 거뒀다.
`별의 순간`은 김 전 위원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인물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기대를 접은 느낌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도울 생각이 있냐는 말에 "흥미 없는 이야기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이 아직 별의 순간에 머물러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3월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했던 평가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가 `윤석열 대망론`을 버린 최대 이유는 윤 전 총장의 `지나친 숙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년 대선을 9개월 앞둔 시점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고 `별의 순간`이 멀어졌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누구든 `나는 이런 희망과 생각을 가지고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사퇴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거나 사회 현안에 대해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주변에 `윤 전 총장이 타이밍(시기)을 놓쳤다`며 혹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쯤 윤 전 총장이 모든 관심을 받고 있어야 했다`면서 `포커스가 다른 후보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모두가 윤 전 총장이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본인만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에게 피로감만 주는 `갈지`(之)자 행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소식은 대부분 출처가 모호한 측근에 입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대권주자가 된 이상 적절한 시기에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급감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7 재보선 승리 직후 국민의힘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다렸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윤 전 총장이 주저하고 있는 점도 김 전 위원장이 실망한 지점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좌고우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정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따르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도 (국민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