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주요 무역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발표를 예고함에 따라 전 세계가 우려한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낮은 관세를 유지 중이기에 상호관세 도입 여파를 줄일 수 있지만 향후 미국이 비관세 장벽, FTA 재개정 압박을 가해 올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서강대 세계 무역연구소장)는 "현행 FTA에 따라 상호 관세를 하면 한국은 크게 걱정할 게 없지만 우리가 무역 흑자를 많이 내는 상황이라 FTA 재협상, 비관세 장벽 논의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외교부, 기획재정부에 경제 안보, 공급망 관리를 조언하는 통상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우리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대부분 상호 관세가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과 동일하게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FTA로 화물용 자동차 같은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품목에서는 관세가 철폐된 상황이다.
상호 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 가능성은 적은 셈이다. 오히려 관세 폭이 커지는 국가의 제품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일부 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속해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FTA 재협상이나 비관세장벽 개편 요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56억6508만달러로 대미 무역 흑자 국가 중 8위다.
허윤 교수는 "우리가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상황이라서 한국이 가진 미국 제품에 대한 불리한 규제를 고치라는 식으로 비관세 장벽 논의를 요구할 수 있다"며 "미국은 매년 주요 무역 상대국의 비관세 장벽 조치 관련 보고서(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는 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보는 흑자 규모가 과대하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기에 흑자 품목 중심으로 통상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이 지속해서 대규모 대미 흑자를 기록하는 부문이어서 압박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미주본부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는 347억달러를 미국에 수출한 데 비해 수입은 21억달러에 불과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요구로 미국산 화물 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 연장, 안전기준 상호 인정 물량 확대를 골자로 한 FTA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화학물질 규제, 정보 기술 산업(IT) 규제도 문제로 삼고 있어 `비관세 장벽 완화`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광범위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한국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 한국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정부는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부과가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 등 미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