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째 이어진 의정갈등이 지난 1일부로 마무리된 가운데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은 분원 설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지역에서 미래 동력을 확보하며 해당 지역 의료도 책임지겠다지만 쏠림 현상, 인프라 격차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병원 개설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 과천도시공사는 지난달 26일 과천 막계동 과천지구 내 종합의료시설을 포함한 첨단산업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막계동 특별 계획구역 개발사업`에 아주대병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아주대의료원은 과천병원을 통해 과천 시민이 안심할 24시간 응급 대응 시스템을 도입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스마트병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별도로 추진 중인 평택병원까지 더한 `3각 축` 의료 체계에서 경기 남부권의 필수 응급의료망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화성시의 `화성동탄2 종합병원 유치 패키지형 개발사업`에는 고려대의료원의 컨소시엄과 순천향중앙의료원의 컨소시엄이 확약서를 지난달 28일 제출했다.
이들 중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5월 기자들을 만나 오는 2035년 개원을 목표로 의료원의 `4번째 병원 계획`을 공언한 바 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당시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원하겠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면서 700병상으로 문을 연 뒤 향후 1000병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중증난치성질환 극복을 위한 스마트병원을 구현한다는 포부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18일 경기 시흥에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대와 시흥시 간 협약 체결 6년여 만의 일로 오는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800병상 규모에 27개 진료과와 6개 전문 진료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병원은 한목소리로 진출 목적을 △향후 의료 수요 △산업계와의 부가가치 증대 등으로 꼽는다. 숙원이라면서 여러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거나 이들이 몰릴 지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방 인력 유출과 맞물려 인프라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내 병상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개의 3배인데 인구 1000명당 상급종합병원 병상은 서울 1.8배, 전남 0.4개, 충북 0.5개, 경남 0.6개 등 격차가 크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부터 병상 수급 기본 시책 등을 세워 관리·감독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나눠 분석에 따라 공급제한, 공급조정, 공급가능으로 구분했다. 공급제한 진료권은 앞으로 공급을 제한하고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오는 2027년까지 각자 병상 목표치 아래에 관리하고 병원 개설 전 심의해야 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면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지난 6월 `사전심의` 시행 후 현재까지 수도권에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개설 심의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사업자가 선정됐거나 토지 매각 계약이 완료되고 건축 허가까지 이뤄진 경우가 예외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우선 공급 과잉에 따른 공급제한 지역에서는 병상 신·증설이 어렵다. 감축 노력을 기울이며 필수 공공병상은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 최근 거론된 수도권 병원 건립 후보지 중 공급제한은 없고 사전심의 자체는 최소한 착공 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지방 환자의 수도권 병원 방문이나 인력 유출을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은 커져만 간다. 최근 공공병원 확충 정책도 거론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병원·병상 수급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