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삶에 스며들어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우리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우가 연간 일정한 주기를 따라 큰 어려움 없이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변하는 기상환경은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올여름 충남 서산과 전남 무안에서는 시간당 최대 100㎜ 이상의 극한 호우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반면 강원 강릉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 단계가 경계로 격상되며 제한급수를 시행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기상 상황이 반복돼 농업용수 관리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이는 곧 우리 농민들의 생계와 국가 식량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급변하는 기상환경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용수를 보다 효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하수댐은 이와 같은 기후변화 속에서 농업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할 매우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수댐은 하천이나 충적층 하부에 물막이벽을 설치해 하천을 따라 흘러가 버리는 지하수의 수위를 상승시켜 활용하는 시설이다.
여름철 연간 저수량의 15~20%가 증발하는 저수지에 비해 지하수댐은 그 손실이 1% 이하에 불과하며 1t당 용수공급비 기준 개발비용도 저수지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경제적이다. 또한 안정적으로 수온과 수질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해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 공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하수댐의 가치는 저수지와의 상호보완성에서 더욱 빛난다. 강우가 집중될 때는 저수지에 물을 저장하고 가뭄일 때는 지하수댐이 붙잡아둔 숨은 물줄기를 이용해 두 시설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하면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지표수-지하수 통합형 물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수댐은 지난 1980년대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경북 상주, 포항 등 총 5개 지구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소하천 유역의 지하수 유출 차단을 통해 현재까지도 연간 합산 수십만㎥의 농업용수를 추가 확보해 가뭄기에도 안정적으로 관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지하수댐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농업의 혁신을 이뤄낼 새로운 수자원 패러다임으로 보고 지역 내 대상지 모색, 국회 및 지자체 예산확보 등 신규 지하수원개발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공사의 주요 기능인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리를 위해 단일 수자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자원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하수댐을 공사의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과 결합해 IoT 센서, 지능형 관개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단순한 용수 저장소가 아니라 정밀한 농업용수 관리 허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새롭고 경쟁력 있는 농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제 농업용수 공급도 지표수 중심의 전통적 시각을 넘어 지하에 숨은 물길까지 아우르는 혁신적인 수자원 관리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보이는 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물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꿀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