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농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사과 등 과수 분야를 중심으로 비관세 장벽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농업계의 불안이 이어졌지만 정상 간 회담에서는 돌발 변수로 비화하지 않았다.
농산물 이슈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농업계와 정치권이 `레드라인`으로 강조해온 민감 사안을 정부가 지켜냈다는 의미로도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워싱턴DC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감축 등의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구체적인 숫자나 동맹 현대화 얘기들이 아니라 양 정상이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며 농축산물 관련 언급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말 관세 협상 이후에도 농업계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과수 농가 간담회에서는 "사과 수입 가능성만으로도 현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농민 단체들은 "단순한 품목 문제가 아니라 식량주권과 국민 먹거리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에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관세 협상 당시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은 없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검역·위생 절차 개선이 협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수 농가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증폭됐다. 검역은 단순한 통상 기술 장벽이 아닌,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농업계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농업을 통상 협상 의제로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농업은 이미 수차례 협상의 희생양이 돼 왔다"며 "더 이상의 양보와 희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쌀·소고기 개방은 레드라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이슈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농업계와 정치권의 경계심 속에 일단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결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관세 협상 직후 SNS에서 "한국이 농산물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힌 전례가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검역·위생 규제는 통상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만큼 협상 카드로 내주기 어려운 영역이다.
농업계는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당장의 불확실성은 피했지만 협상 환경의 불안 요인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관세 협상 당시 불거진 검역·위생 문제나 과수 농가의 수입 불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개방 논의가 빠졌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트럼프 돌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어 협상 테이블에 언제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식량주권을 지켜내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