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각종 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홍수, 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가 더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됐고 우리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2년 전 예천군에서 발생한 폭우와 토사재해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당시 언론은 "수백년 만의 재난"이라 했지만 필자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유사한 재해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사재해는 대표적으로 △산사태 △급경사지 붕괴 △토석류 세 가지로 나뉜다. 산사태는 규모가 크고 주택이나 밭을 통째로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진흙, 편암 등 특정 지질에서 자주 발생하며 장마철이나 해빙기, 지진 등으로 촉발된다. 급경사지 붕괴는 풍화된 표층이 갑자기 미끄러지며 발생하는데 지질과 무관하게 일어나고 특히 화강암 퇴적물이 많은 곳에서 빈번하다.  피해가 순식간에 발생해 대피가 쉽지 않으므로 사전 위험 인지와 대비가 핵심이다. 토석류는 계곡 상류의 절벽 붕괴로 흙과 돌이 물과 섞여 빠르게 쏟아져 내려오는 현상이다. 직진하는 특성상 계곡 출구 부근이 특히 위험하다.  문제는 이들 재해가 전조 현상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땅의 함몰, 절벽 균열, 낙석, 우물물 변화, 물이 갑자기 탁해지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 위험 지형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상상황을 살피는 습관이 중요하다.  `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지면 안전하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며 물이 고이기 쉬운 경사면 특히 계곡 안쪽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쾅 하는 소리, 급격히 흐려진 계류, 떠내려오는 유목 등을 목격했다면 즉시 하류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대피해야 한다.  토사재해는 자연현상이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재해가 된다. 무인도에서의 산사태는 단순한 지질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일본 가고시마현은 과거 재해 경험을 바탕으로 절벽 30도 이내 지역에는 건축을 금지했다. 마을의 지형과 재해 이력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 집이 위험지역인지, 대피소는 어디에 있는지, 고령자나 어린이 등 안전 취약계층은 어떻게 보호할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재난은 행정 혼자 막을 수 없다. 주민, 언론, 공공기관이 함께 `재해 대응 네트워크`를 갖추고 일상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 앞에서 잊지 말아야 할 단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내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태도다. 자연을 두려워하되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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