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재산면에 반가운 소란이 일고 있다.  농촌에 드물게 들리던 아기 울음소리가 돌아왔고 도회지로 떠났던 자녀들이 하나둘 귀향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농가당 연평균 조수익 4억원, 일부는 1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농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농업대전환`이 이 작은 마을에서 새로운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심엔 `경북형 공동영농`, 그중에서도 `특화형 공동영농`이 있다.  기존의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이 고령 농가의 토지를 기반으로 법인이 대규모 경작과 수익 배당을 통해 고령화 문제에 대응했다면 특화형 공동영농은 조금 더 진화된 형태다. 개별 농가가 독립적으로 생산하면서도 재배기술, 방제, 유통, 판매를 공동으로 추진해 소득을 극대화하고 미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실제 봉화 재산지구에서는 수박과 방울토마토 이모작을 통해 연간 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기존의 단작 재배보다 소득이 무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자재 공동 구매로 경영비는 줄이고 선도 농가의 기술 전수로 생산성과 품질은 높아졌다. 출하 규모가 커지니 유통업체가 농민을 찾기 시작했고 판매단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젊은 피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승계농 5명이 참여해 공동영농 후계 수업을 받고 있고 젊은 농업인들이 기존 수박 포복 재배를 수직 재배로 전환하며 생산성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기술혁신도 주도하고 있다.  농사를 위해 해외 선진지를 직접 찾아가는 이들의 열정은 `농업은 고되고 가난하다`는 낡은 인식을 스스로 뒤엎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왜 땅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하는 농민이 도시 근로자보다 가난한가"라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농업을 돈이 되는 산업으로 바꾸겠다는 명확한 철학과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립된 농민이 아닌 연결되고 협업하는 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은 마침내 현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경북도는 지금 단순한 소득증대를 넘어 청년 유입, 지방소멸 극복, 공동체 회복이라는 농촌이 직면한 세 가지 위기를 동시에 돌파하고 있다. 특히 봉화 재산지구와 청송 주왕산지구에서 시작된 특화형 공동영농은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대표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성과를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체계적 모델로 정립하는 일이다.  모든 시군이 참여 가능한 맞춤형 지원, 판로 확대와 농가 조직화, 전문 영농 교육 강화 등 실질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농업대전환은 한 지역의 성공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농업은 낙후된 산업이 아니다. 첨단기술과 협력구조, 청년과 미래가 공존하는 `성장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경북이 만들어 낸 이 작은 기적이 전국으로 확산돼야 한다.  경북도의 선도적 실험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바꾸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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