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박 어르신은 얼마 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하지만 퇴원 후 어떻게 살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자녀들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고 배우자의 건강도 좋지 않아 가족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뇨와 고혈압에 폐 건강도 좋지 않은데 위암 수술까지 했으니 요양병원으로 가거나 아예 요양원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급속한 초고령화, 가족 형태 및 기능의 변화 속에 우리 사회에는 박 어르신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현재 65세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이고 오는 2040년에는 34.2%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신체기능 저하로 가사지원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의 52.8%가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배경에서 지난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오는 2026년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전국적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2023년)에 의하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지원, 주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제공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이 정책이 지향하는 바는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자기가 사는 곳에서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자택에서의 임종이 14.7%에 불과한 현재 이와 같은 기대가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제3섹터를 포함한 지역 공동체 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금 늦었지만 대구에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준비를 시작했다. 대구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의 `대구시 의료·요양 등 돌봄 통합지원을 위한 기초분석 연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의 건강마을 조성 사업 등을 비롯해 여러 민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각 기관의 역할 및 기능에 관해 치열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장애인, 아동 돌봄 등을 아우르지 않고 노인 중심으로 통합돌봄의 판을 짜는 것, 재정적 지원 또는 재원의 불분명함, 중앙정부와 광역의 역할 미흡 등을 비판하며 통합돌봄지원법의 전면 개정 필요성 등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처럼 통합돌봄에 관한 논의가 여러 차원에서 진행 중인데 노인복지 연구자인 필자가 보기에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빠져있다.
그 어디에서도 통합돌봄의 일차적 이용자인 노인과 가족의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주로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인 자, 기능이 쇠퇴한 자 등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 통합돌봄 준비 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이다.
통합돌봄이 현행 제도와 다르게 지역사회 공동체 중심으로 작동하려면 노인과 노화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 도입과 시행 전 과정에 걸쳐 노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통합돌봄의 본질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돌봄 공동체의 주체로서 노인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