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자동차 부품 관세 확대를 예고하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관세 칼날을 피하려면 미국 현지생산 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부품업체들은 그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대미 협상을 통해 관세 예외 조치를 확보하고 부품 업계에 대한 정책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2조에 근거한 자동차 부품 25%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오는 7월 1일부터 14일간 상무부에 추가 품목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5월 3일부터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섀시모듈, 배터리열관리시스템(BMS) 등 130개 핵심 품목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접수가 끝나면 상무부는 14일간 대미 수출 업체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60일 이내에 추가 품목을 확정해 공보로 알린다. 어떤 품목이 관세 대상에 추가될지 상무부 공보가 날 때까지 알 수 없는 셈이다.  미국 부품사들의 요구에 따라 정례적으로 관세 대상 품목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날 상무부는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 업계의 요청을 접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만 쳐다보게 생겼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관세 조치 대상에 놓인 자동차 부품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국제상품분류체계(HTS) 10단위 기준 322개 품목에 이른다.  대상 품목이 확대되면 자동차 부품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품목에도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비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영세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같은 부품사더라도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현지에 생산 공장이 있어 관세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다. 예컨대 섀시모듈과 BMS 등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는 미국에만 관련 생산 거점이 10곳에 달한다.  현대트랜시스는 미국에 변속기 공장 1곳과 시트 공장 3곳, 현대위아(011210)는 멕시코에 엔진 공장 1곳을 갖고 있다.  문제는 국내 중소 부품사들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약 8000개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중 중소기업 비중은 97%에 달한다.  조합이 지난달 부품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중단기 계획으로 상당수 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제3국 우회 생산 등 구조적 대응도 검토 중이나 초기 투자 비용과 인력 확보 등의 제약 요인으로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월 수십억 원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양자 협상에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예외 조치를 얻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특히 관세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부품 업계는 `관세 부담`, `수출 감소`, `현지 진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정부와 금융 기관이 대출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한다.  또 자동차 업계도 트럼프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대미 의존도를 낮춰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형태로 수출 다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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