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채 퍼지기도 전에 매캐한 연기와 검붉은 화마가 경북 북동부 지역을 덮쳤다.
기록적인 건조함과 강풍 속에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순식간에 광범위한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며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3600채가 넘는 주택이 불에 타 28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산불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 상처를 남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산불의 피해는 주거 공간에만 그치지 않았다.
경북의 자랑이었던 농업과 어업 또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1555ha에 달하는 농작물이 소실되고 290동의 시설 하우스와 71채의 축사가 불에 탔다.
특히 전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덕의 송이 산림은 4000ha나 전소돼 올해 수확은커녕 생계유지조차 막막한 상황이다.
청송의 사과, 의성의 마늘 등 지역 특산물 재배 농가 역시 큰 피해를 입어 지역 경제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어민들의 피해 또한 심각하다. 19척의 어선과 어구 창고가 불에 탔고 양식장의 물고기들은 폐사했으며 수산물 가공업체들의 공장과 창고도 잿더미로 변했다.
재난 앞에서 우리는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대구시는 발 빠르게 5억원의 재해구호기금을 지원하고 생필품과 의료 인력을 파견하는 등 `한뿌리 경북`을 돕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경북도 역시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거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으며 해양수산 기관과 어업인 단체들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민들의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합동 복구 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성금 기탁과 자원봉사 활동 등 따뜻한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송이처럼 재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의 농가들은 막막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재난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며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번 산불을 계기로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산불 예방 및 초기 진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경북 산불은 우리에게 큰 아픔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서로를 보듬고 함께 일어서려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줬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잿더미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피워 올릴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