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피해금액도 커지고 있다.
그런만큼 자칫 잘못하면 신종 사기수법에 낚여 거액의 현금을 사기 당하기 일쑤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거액을 사기 당할뻔한 사건을 한 기자의 예리한 촉으로 사전에 막아 시민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해 화제가 되고 있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경 K신문사에 근무하는 K 기자는 경산시청 전정에서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중 60대로 보이는 A여성이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이쪽저쪽으로 서너차례 휴대폰을 켠 채 통화하며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당황하는 A씨를 유심히 관찰,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의심을 갖고 A씨를 불러 세워 이유를 물었다.
A씨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자꾸 자리를 회피했지만 K 기자는 A씨에게 집요하게 "집이 어디냐", "여기는 어떻게 왔느냐", "전화 내용이 뭐냐"고 물었다.
그런 와중에 A씨의 품에서 거액의 돈뭉치를 발견하고 "아주머니 지금 100% 보이스 피싱에 연류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모 금융 카드 회사 직원과 시청에서 만나서 서류를 받기로 약속했다"며 "모 금융회사에 직접 전화해서 확인까지 했다"고 되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K 기자는 "요즘 보이스피싱은 수법이 교묘해 휴대폰에 악성앱이 깔리면 소용이 없다"고 설득했지만 A씨는 막무가내였고 이 상황을 함께 본 동료 기자가 112에 신고를 했다.
이런 와중에도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조직의 지시를 받아 경남 창녕으로 일행과 함께 차를 타고 황급히 떠나버리고 말았다.
곧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신고자는 차량의 종류 및 색상 그리고 정확한 차량번호와 운행 방향까지 전달했고 경찰관들은 곧바로 뒤따라가면서 청도경찰서와 공조해 국도 25호선 청도 톨게이트 근처에서 A씨 일행 차량을 발견, 차량을 멈추게 했다.
멈춰선 A씨 일행을 안심시킨 경찰관들은 차량을 호위, 경산 J파출소로 동행해 보이스피싱에 큰 피해(현금 5000만원 가량)를 당할뻔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A씨의 휴대폰에 설치된 악성앱을 초기화하고 A씨 일행을 안전하게 귀가시켜 시민의 소중한 재산을 지켰다.
남다른 관찰력을 발휘해 타인의 불안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액의 피해를 막은 K 기자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강두용 기자kwondrumkaka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