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번 주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개편 논의에 시동을 걸 모양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안보 질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던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에도 불구하고 5개 상임이사국들(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간의 이견 때문에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주 열린 북러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측이 안보리 차원의 기존 대북제재 결의를 어기고 북한과의 무기거래, 군사기술 이전 등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그간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로부터 제기돼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논의에 미국 측이 적극 힘을 보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제78차 유엔총회에서 현행 안보리 상임이사국 체제에 대한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대전 종전 뒤인 1945년 10월 `국제평화·안전 유지`를 목적으로 창설된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임기 2년) 등 15개 국가로 구성되며 유엔 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회원국을 상대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결의)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새 결의를 채택할 땐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즉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여타 국가들보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현행보다 5~5개 정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안보리 체제가 지난 70여년간 변화한 국제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수의 상임이사국들이 최근 자국의 이익을 좇아 유엔 회원국들의 `일반적 총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등 이른바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사실 또한 그 체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철군 결의안에 대해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같은 해 5월에도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재개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중국과 함께 거부했다.
중·러 양국의 이 같은 선택은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동시에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는 상황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당시 중·러 양국을 제외한 13개 이사국은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미국발(發)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논의에 대해 "미국 주도로 유엔을 재편하겠다는 뜻"으로 "(중국·러시아에) 따로 나가든가, 아니면 북한 핵문제 등에서 협력"하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수를 늘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총회의 관련 결의안 제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엔헌장 개정 등 작업엔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128개국) 이상의 찬성 및 국내 비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모두 찬성·비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