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병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관련 학회와 단체에서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범죄와 연결 짓지 말아달라"며 "중증 정신질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의 정책적 견해를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 악화를 막기 위한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현병 환자의 본인 부담 약값이라도 경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현병은 심리적 문제가 원인이 아닌 생각, 감각, 인지 등 정신 기능을 조절하는 뇌신경 회로의 기능부전으로 생기는 뇌 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동반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자기가 병에 걸렸다는 자각(병식·병의 인식) 결여, 사회적 편견을 의식하는 등 치료를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비율이 높다. 국외 연구를 보면 조현병 환자 10명 중 7명이 치료 시작 1년 6개월 안에 약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0%는 몸이 굳어지거나 지나친 졸림 같은 부작용 또는 미흡한 치료 효과를 이유로 들지만 60%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임의로 중단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일시적인 약 복용으로 증상이 호전돼 스스로 "더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일이 많다.
발병 후 5년간의 경과가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현병 특성상 치료가 지연되거나 지속되지 않는 등 조기 치료, 치료 유지, 재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사회 복귀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기지속형주사제는 병식 부재, 약에 대한 거부감 등 지속 치료를 저해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따로 경구제를 복용하지 않고 수개월 간격으로 투여해 체내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지속 치료하는 방법으로 1개월·3개월 제형이 있고 최근 6개월 제형까지 출시됐다. 장기지속형주사제는 치료 편의성뿐만 아니라 재발이나 재입원율을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장기지속형주사제에 접근이 어려운 조현병 환자들이 많다. 질환 특성상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어렵거나 외부와 단절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비율이 높다.
지난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급여통계를 보면 국내 조현병 환자 중 45%가 스스로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는 의료급여 환자고 그중 98%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이 해당하는 `1종 의료급여` 환자다.
1종 의료급여 대상 조현병 환자는 입원 중에는 장기지속형주사제를 다른 치료제와 동일한 조건으로 별도의 자기 부담 규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퇴원 후 외래 진료로 넘어가면 1종 의료급여 대상 환자라도 다른 치료제와 달리 본인부담금 5%를 내야 한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계속 부과되는 5%의 본인부담금은 가볍지 않을 수 있다. 치료 지속성을 높일 수 있더라도 현재 치료 환경에서는 환자가 장기지속형주사를 포기하고 또 치료 중단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사회가 조현병 및 중증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으로 조기·지속 치료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의료급여 외래 환자들의 장기지속형주사제 5% 본인부담 규정 개선이 필수적으로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