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을 관통하는 철도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의 선로 변경으로 지난 2021년 용도폐지된 철길과 폐역 활용 방안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경주시와 국가철도공단은 시민불편 해소를 위해 민원이 잦았던 지하차도 평면화 사업을 비롯해 도로선형개선, 철길 건널목 확포장, 박스 철거 등을 통해 주민들의 통행 안전을 확보하는 등 철길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주민들의 민원 해소를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재산과 생명이 직결된 수해 지역에 대한 대책이 전무해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장마철이면 매년 수해를 입고 있다는 안강읍 일부 주민들은 "철길로 사용되던 철둑이 물길을 막고 있어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며 수로 위를 가로막고 있는 철둑의 일부라도 철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습 수해 지역은 옛 안강역을 중심으로 한 좌우 방향 철길 인근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매년 발생하는 수해로 불안에 떨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국민신문고와 한국철도공단 및 경주시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관련 기관으로부터 뚜렷한 확답은 받지 못했다. 이들은 선로 기반 시설인 철둑 공사를 할 시 집중호우 우수량을 개선해 배수로를 묻어야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사용되던 배수로를 그대로 사용해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침수 지역에는 800mm 관 두 개가 매설돼 있었고 다른 한쪽은 60cm 정도의 배수로가 설치돼 있었다.
피해 지역 주민 최모씨에 따르면 태풍 사라호, 글래디스, 매미, 힌남노와 같은 대형 태풍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경주시에서 피해 보상은 없었다. 그러나 철도공단에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폐철둑과 소유와 무관한 경주시에 책임을 전가할 뿐이었다.
최씨는 "좁은 관로는 작은 나뭇가지에도 입구가 막혀 수로가 범람해 항상 사람이 지켜보며 건져 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피해를 막아보자고 노력하는데 폐선이 된 철둑만 잘라주면 되는 것을 철도공단 등 관계기관에서는 핑계만 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공단은 "지난 2021년 폐선이 결정된 이후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서도 폐선구간 폐시설물 철거 및 활용방안 용역을 시행 중이며 용역 결과와 폐선활용계획에 따라 충분한 검토 후 처리 예정이므로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고 통보했다.
또 한편으로는 "침수지역 내 지역주민의 안전 및 편의를 위한 배수시설 개선 등은 관할 지자체 소관으로 배수로 시설 개선 관련해 관할 지자체의 협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 공단은 적극 협조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최씨와 피해 지역 주민 500여명은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에 통고장을 보냈다.
이들은 통고장을 통해 "안강읍은 형산강 하류에 인접해 있어 매년 발생하는 수해로 불안에 떨고 있다. 형산강 제방에 배수 펌프장이 있으나 안강읍과 형산강 사이에 동해남부선 폐철도가 댐처럼 물길의 흐름을 막고 있어 침수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철도공단이 사용기간이 끝난 레일 및 침목 등은 철거했지만 철둑은 방치하고 있어 올해도 침수로 인한 지역민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해당부지 소유자인 국토부와 사용자인 철도공단에 조속히 사용 명도가 끝난 철도부지를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미조치로 인한 재산상 피해 발생 시 국토부와 철도공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최씨는 "폐선이 된 이후 경주 지역 곳곳에서 지하차도 평면화 사업을 비롯해 도로선형 개선, 건널목 확장, 박스 철거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동안 수해로 인한 재산 피해 및 주민 안전을 호소했지만 매년 똑같은 답변을 하는 철도공단은 안강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수해 발생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3월 황오지하차도 평면화 사업을 완료했고 불국동 철도 건널목 확포장 사업, 흥무로선형개량사업도 완료됐다.
또 안강 중앙로 지하차도 확포장 사업이 공사 진행 중이며 양동마을 입구 지하차도 선형개선 사업, 외동 영지입구 철도 건널목 확장 및 선형개선 사업 안강 사방리 철도 건널목 선형개선 사업, 건천시장 내 지하차도 평면화 사업, 건천농협 지하차도 평면화 사업, 선덕여고 지하차도 평면화 사업 등이 설계 중이거나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박스 통로 및 교량 등 다수의 시설물 철거를 하고 있지만 수년간 수해로 재산 피해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이 외면돼 형평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민원이 경주시로 접수된 것은 없었으며 지금이라도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철도공단에 협조를 요청해 빠른 시일에 민원이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삼진 기자wba11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