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10일 코로나19 유행 전망을 15만에서 20만으로 다시 조정했다. 중대본은 코로나19 유행 속도가 빨라져 낮췄던 유행 규모 전망치를 다시 올렸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만1792명이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5만 명을 웃돌았다. 아울러 이날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13일(19만5387명) 이후 119일 만에 가장 많았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8명 늘어나 402명이 됐다. 위중증 환자 수가 4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5월 9일(421명) 이후 93일 만이다. 사망자는 50명이 추가됐다. 50명대 신규 사망자 발생은 5월 22일(54일) 이후 80일 만에 처음이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한 코로나19의 6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새 정부의 방역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 8일부터 매주 월요일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주도하는 정례 브리핑을 신설했다. `감염병 전문가`를 공식 브리핑 발표자로 내세워 소통 차원에서도 `자율방역`을 기조로 한 `과학방역`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자율방역`이라는 철칙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정책은 출발부터 `과학방역`이 될 수가 없다. `전임자 배제` 또한 최적임자 선정과는 동떨어진 논리다. 정부는 오로지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과학적인 과학방역`을 실시해야 한다.
정기석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브리핑을 열었다. 자문위의 주요 권고사항을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내용은 코로나19 환자 발생 증가에 대비해 진단검사 점검·운영체계와 신종 변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 권고 등이 담겼다.
의료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병상의 확보와 고위험군 대상 `패스트트랙` 활성화, 감염취약시설 대응 전달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재개하지 않되 유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를 대비해 `근거 중심의 사회대응 방역 체계`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확진자 격리 의무와 마스크 착용 조치는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K방역의 얼굴` 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백경란 현 질병관리청장이 임명된 지난 5월까지 정 전 청장은 매번 차분하고 정돈된 브리핑을 진행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유행 상황이 악화될 땐 공식석상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간 정부의 방역정책이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유행 당시 병상 관리 실패,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 시기 요양병원 사망자 급증 등 실책에도 불구하고 신뢰감을 유지했던 건 정 전 청장의 신뢰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않다.
불안한 국민들은 정 위원장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방역당국은 급속한 확산에 대비해 국민의 백신 피로감 해소와 고위험군의 4차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아울러 백신 4차 접종자가 정부 예상보다 많다는 점, 유행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우려된 BA.2.75 전파 능력은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점 등도 이번 유행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 개발된 백신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코로나19 재확산은 경제문제와 직결돼 있다.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더 크다. 이들은 매출액이 서서히 회복 중인데 또다시 손님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발 빠른 대응으로 자영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최근의 물가 상승과 세계적 불황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 방역 조치는 국민 협력 없이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부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근거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 방역 조치`를 강구하는데 온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