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는 이름을 얻기 전에 태초에 돈은 생명 이었다 생명에게 줘야 하는 최소의 것, 그것은 가령, 산짐승의 고기 한 점이라든가 숲속의 열매 한주먹이었을 것이다. 빗살무늬 토기에 저장해 둔 곡식이었고 12시간 공장 노동에 남동생의 학비가 매달려 있던 어린 소녀의 월급 이었다. 몇 년을 별러 샀던 가방의 기쁨 유효기간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고 3개월 할부로 얻은 백화점 옷은 할부가 끝나기도 전에 계절이 바뀌었다. 욕망의 본질은 언제나 한도초과다.  우리는 배고픈 에너지로 보릿고개를 넘어 왔고 배 아픈 에너지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자본주의를 성장시켰다.  아파트 베란다 창이 온실효과를 가져와 키가 웃자라던 산나리를 키운 적 있다. 어느 해 봄, 꽃망울을 네 개나 달고 잔뜩 부풀리다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무거운 꽃망울에 비해 웃자란 꽃대가 너무 약했던 탓이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세탁소 옷걸이를 펴 지지대를 만들고 저 꽃이 어떻게 할 것인가 관찰해 보았다. 놀랍게도 꽃은 하루 만에 활짝 피어버리고 서둘러 시들어갔다. 생로병사란 인간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그랬다.  유럽의 자본주의는 나고 자라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년이 돼가는 긴긴 과정에서 수정 보완 되는 거였는데 우리나라는 삼만 불에 베란다에서 웃자라던 산나리처럼 서둘러 꽃을 피우는 바람에 오로지 돈만이 최고라는 가치로 모두가 달려 여기까지 왔다. 돈에 대한 철학도 없이 무조건 많이 가져야 하는 것만으로 바라보면 삶이 가난해진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 되는 세상이긴 하지만 돈은 내 욕망만큼 가져지지 않는 다는 게 본질이다.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돈이 있으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자유는 있다. 그렇게 좋은 것을 공부도 없이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것으로 달려온 우리 모두는 지금 너무 피로하다.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돈은 돈이 아니라 빚이고 늪이다. 닥치고 모으는 종자돈에는 누구든 눈물 젖은 전설이 들어 있다. 종자돈을 가진 다는 것은 넓이 뛰기 선수가 스타트라인 앞에서 힘차게 구르는 구름판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힘차게 굴렀다고 해서 다 멀리 뛰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돈이 먼저가 아니라 뇌를 다스리는 방법이 먼저다. 해서 나는 종자돈만큼이나 중요한 종자 독서에 대해서 말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뇌 부자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뇌는 생각이고 마음이다. 뇌는 근육 같아서 잘 단련하지 않으면 흔들리기 일쑤다. 작은 부자는 부지런하면 이룰 수 있지만 큰 부자는 철학 없이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다. 철학이란 신념이다. 머리로만 아는 것은 절대 신념으로 삼을 수 없고 몸에 새겨지는 게 신념이다. 그러므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닥치고 종자돈 모으듯이 닥치고 종자독서를 마련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다 독서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으면서 OECD 국가 중에 독서률이 가장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종대왕이 누구든 한나절이면 익힐 수 있는 쉬운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기만 하면 다 아는 글자라 굳이 생각이 필요치 않았고 책 읽기를 습관화 하지 못해 문해력이 낮은 것이다. 긴 글이라면 나무 둥치 아래 겨울잠을 자고 있는 뱀조차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내 눈 앞에 조그만 손해도 참지 못하고 세모눈을 뜨고 짧은 댓글 아래 와글와글 모여드는 사람들, 생각의 힘이 긴 글에서 나온 다는 것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신분제 사회를 지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이 최고 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는 가치 중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행복이 사회적인 화두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죽음 앞에서 내가 그때 더 많은 돈을 더 벌 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현재를 살았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압도적이다.  신은 인간의 뇌를 이렇게 설계해 놓았던 것이다. 내가 나를 키우는 종자독서 100권, 청년들에게는 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이고 50에게는 삶을 곱셈해 줄 수 있는 마법이다. 엄마인 나 자신이 바뀌는 일은 내 딸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고 가문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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