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교촌마을 낮은 담을 넘는 떡메치는 소리가 정겹다. 주변에 모여든 관광객 틈에서 건장한 청년 주용(周勇)씨가 힘껏 떡메를 내려친다.
주용(사진·33)씨는 중국 강소성 태주 출신으로 북경에서 직장을 다니던 중 고고학을 공부하러 온 동갑내기 최가람씨를 만나 2016년 10월 결혼을 하고 북경에서 지냈다. 2016년 말 사드배치로 인해 한·중관계 악화로 중국 내 한국인에 대한 반감이 높아져 아내에게 최대한 한국 사람이 아닌 척 행동하라고 했다.
한·중관계가 민감한 가운데 아내 가람씨가 외로움에 친정 경주를 자주 방문했고 한곳에 정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중국이든 한국이든 정하라고 아내에게 선택권을 줬다.
주용씨는 "아내가 낯선 곳에서 많이 외로워한 부분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궁금해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경주에는 2017년 5월에 와서 동국대경주캠퍼스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장모 황선옥 떡 명인이 운영하는 `떡인당`에서 한국 전통 떡을 배우고 있다.
그는 "장모님이 전통 떡을 하는 것은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라 존경스럽고 많은 연세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열정을 보면 대단한것 같다"라며 "장모님이 사장님이라서 한국어가 부족해도 자세히 설명해 주고 가르쳐 주셔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고집스러운 떡 장인 장모와 경주 백년손님 주용씨의 일손이 척척 잘 맞는다. 손님이 오면 주용씨가 주문을 받고 식혜나 수정과 커피를 만들고 가게의 인기가 많은 인절미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그는 "최근 코로나19가 풀리면서 관광객이 늘자 직원을 한명 고용해서 떡메치기에서는 해방(?)됐다"라며 "정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많이 배려해주셔서 인정받는 사위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 떡 중에서 노란 콩고물 인절미가 가장 맛있고 각종 인절미 및 설기류, 오븐으로 만드는 퓨전 떡, 딸기찹쌀떡이 인기 있다고 죽 늘어 놓으며 홍보를 했다. 중국어권 관광객을 만나면 "어디서 왔는지", "경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외국인이 느끼기에 우리 매장의 떡 맛은 어떤가요"를 꼭 물어본다. 그리고 경주의 아름답고 좋은 장소와 맛집을 소개해주는 등 경주 관광 알림이 역할도 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코로나둥이 34개월의 아들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 쇼파와 한몸이 되고 싶은 건 한국의 남편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아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평범한 젊은 아빠다. 팔삭둥이로 작게 태어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1초도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장모님에게 떡을 배워 외국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떡과 전통디저트를 개발해 떡 카페와 떡 한과 체험장을 장모님을 도와 길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떡의 특성상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중국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 맛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아쉽고 중화권 사람들도 선물로 갖고 갈 수 있는 보존 기간이 긴 떡 디저트를 개발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한국 전통 떡을 배우는 백년손님 중국인 사위 주용씨의 경주살이가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응원한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