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이 튀어 나올 듯이 한번 웃겨 볼려고...” 조선시대 박지원이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맞아 열하를 가다 들른 식당 벽에 적힌 이야기를 배껴 적으며 한 말이다.
경주 충효동에 위치한 오베르 카페 옥상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가 설치돼 화제다.
15일을 끝으로 27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종료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비다.
`He was a good tool to download other browsers`(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하기 위한 좋은 도구였습니다) 추모비에 새겨진 문구는 한때 인터넷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표현하는 `미국식 밈`으로 이 한장의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추모비를 마련한 정기영(38)씨는 경주 출향인으로 경기도에서 20년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워낙 많이 써왔던 브라우저로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제작을 하게 됐다고 설치 배경을 설명하며 뜻밖의 반응에 즐거워 했다.
그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했던 "(우리는) 기계에 마음이 없다고 안심하지만 사실 인간은 기계에 마음을 줍니다"라는 말에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됐다.
그는 "비록 생명이 아닌 `브라우저`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마지막을 기념하고자 부모님이 계시는 경주에 추모비를 설치하게 됐다"고 했다.
가로 40cm, 세로 30cm의 대리석의 추모비는 한달여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 14일 배달돼 이날 저녁 오베르 카페 옥상에 설치됐다.
15일 오후부터 SNS에서 추모비 사진과 장소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있다.
그는"`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라며 사람들이 한번 크게 웃고 즐거워하기를 바란다"라며 "한달여 제작 과정이 즐거웠는데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어 경주의 볼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삶은 이벤트`라는 말처럼 40만원의 제작비로 한 소프트 개발자의 유쾌한 역설이 인터넷과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한바탕 시원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