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전격 합의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검수완박 입법안 시행이 단순히 유예됐을 뿐 사실상 민주당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여야가 지난 22일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직접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삭제하고 나머지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완전히 폐지된다. 여·야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고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기로 했다.
검찰 안팎에선 여야가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주 대상인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권을 제외해 "여야가 야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할 선거법 위반 사건이 문제다. 선거사범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로 6월 지방선거의 경우 공소시효가 11월에 만료된다. 이번 중재안에서 유예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린 것을 감안하면 개정안이 5월초 공포될 경우 9월초부터 법의 효력이 발생한다. 검찰이 선거사범을 9월까지 기소하지 못하면 중재안에 따라 경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사건을 수사할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도 못하고 검찰이 선거사범들에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재안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보완수사는 할 수 있지만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별건수사는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범죄혐의가 달라질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의 경계가 모호해 현장의 혼선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별건수사로 `먼지털이 수사` 등의 폐해도 많았지만 추가로 드러나는 범죄의 보완수사를 못하게 되면 당장의 피해는 국민이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범이나 추가 범행이 드러나도 수사권이 있는지 불분명한 경우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처벌받아야 할 범죄 사건이 그대로 암장되거나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형사사법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을 추진하면서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없이 목표시한을 정해두고 추진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는 여야가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6개월 내 중수청 관련 입법을 한 뒤 1년 이내 중수청을 발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완전히 사라진다.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지 1년 만에 검수완박 입법이 추진되면서 일선 현장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리잡기도 전에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헌법상 인정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위헌 시비`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의장 중재안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위헌이란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법안을 저지하지 못하고 공포된다면 헌법소원심판 등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이 위헌 주장을 펴는 주된 근거는 헌법 12조3항과 16조에 있다. 이 조항에서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수사권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헌법 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