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일대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며 당국이 진화에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기상 상황`이 장기화 여부에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 요인은 `강풍`, 진화 기대 요소는 `강수`다.
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강원 영월 산불, 5일 발생한 강원 강릉∼동해 산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지역별 진화율은 보면 강릉과 동해 산불은 95%로 마무리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원 영월도 70%로 큰 불이 잡혀가고 있다.
피해 규모가 큰 경북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은 50%에서 진척되지 않고 있는데 수시로 바뀌는 바람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원 홍천(북방면 원소리 일원)에서는 이날 오후 2시 20분쯤 또 다른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진화헬기 2대와 진화대원 43명을 산불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진에선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서면 소광리 일원)로 불길이 번져 위기다. 이날 오전 군락지 쪽으로 불똥이 튀면서 화선이 군락지 능선 쪽으로 넘어왔다. 산림당국은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방어에 나선 상태다. 다행히 초진에는 성공했지만 동풍이 불면서 완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소광리 일원 금강송 군락지는 지난 1959년 국내 유일의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됐으며 수령 200년 이상된 금강송 8만5000여그루가 3705ha(헥타르)에 분포돼 있다.
산림·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을 선택과 집중 공세로 전환해 오는 13일까지 주불 진화에 나설 방침이지만 산불 특성상 건조한 대기·강한 바람 등 날씨 영향이 커 인력만으로 불길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오는 13일 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불 진화에 `하늘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비 소식 이전인 오는 10일에는 동해안 일대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돼 재확산 우려도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하는 가운데 오는 10일, 11일부터 동해안에 다시 강한 서풍이 예상된다. 이어 13일에는 전국에 비가 오겠고 강원 영동은 14일까지 비가 예보됐다.
하지만 지역별 세부 예보를 보면 비는 산불이 발발하지 않은 서울·충청권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울진·삼척은 13일 오후에서 14일 오전 사이 강수 확률 60%로 예보됐다. 상황에 따라 비가 내리지 않거나 내리더라도 `찔끔`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주일 앞을 내다본 예보이기에 예단해서는 안 되지만 화마를 잠재울 수 있을만큼의 비구름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강풍에 의한 산불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8일 현장대책본부에서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주불 진화 여부에 대해 "솔직히 워낙 범위가 넓어서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선택과 집중으로 하나하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청장은 `일요일까지 주불 진화가 힘드냐`는 물음에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전에는 주불 진화를 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산림 2만1772㏊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이 1만6913㏊, 삼척 772㏊, 영월 80㏊, 강릉 1900㏊, 동해 2100㏊ 등이다. 시도기념물인 강원 동해 어달산 봉수대가 일부 그을리는 등 문화재 피해도 1건 발생했다.
현재 373세대 492명의 주민이 집에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이재민이 220세대 338명이며 일시대피자는 153세대 154명이다. 임시주거시설에 대피한 주민은 305세대 389명이다. 이번 산불로 경북 울진 272채, 강원 동해 66채 등 주택 348채가 불에 탔고 기타 시설 피해도 222건이다.
지난 6일에는 울진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섰던 충남소방본부 소속 고모 소방경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5일 연속 비상근무를 한 고 소방경의 사망원인을 과로사로 추정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고 소방경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김상주 기자ksj09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