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역이 지난해 12월 28일 폐역이 된지 70여일이 지났다. 경주역의 행정업무는 신경주역으로 이관되고 경주기관차승무사업소는 포항기관차승무사업소로 이전됐다.
이병환(사진·55·경주) 포항기관차승무사업소 부소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경주역이 폐역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포항으로 출근하고 있다. 5분이면 가능했던 출근 시간이 40분으로 늘어났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면서 여유롭게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그의 주 업무는 지도운용팀장을 관리·감독하고 승무원의 일반관리 및 승무원 운용관련 사항, 기술향상 및 사고예방활동으로 승무원들이 열차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보조하고 있다.
이 부소장의 기관사 입문기에는 동심이 가득 묻어 있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 자동차 중 바퀴가 제일 많은 자동차를 특히 운전하고 싶었는데 어느날 철도건널목에서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열차바퀴가 정말 많구나 생각하며 철도공무원 운전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1994년 각종 시험정보를 알아보고 준비해 이듬해 철도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1997년 4월 10일 김천기관차승무사업소 부기관사로 초임발령을 받았고 2002년 2월 경주기관차로 전입해 2005년 5월 기관사 발령, 약 7년간 기관사 생활을 했다. 2012년 7월 경주기관차 지도운용팀장, 2019년 4월 부소장으로 현재까지 근무 중이며 경주역이 폐역되기 전까지 경주역에서 19년을 근무했다. 기관사 시절에는 경주-동대구, 경주-영주, 경주-대전, 경주-부전, 경주-태화강, 경주-포항 구간 노선을 운행했다.
그는 "새마을호는 경주-대전 간 2년 정도 운행했으며 고속열차 개통 전에는 가장 빠르고 가장 멋진 열차였다"라며 "항상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열차를 이용하는 모든 이가 목적지까지 안전운행을 했을 때 기관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경주역은 수학여행단을 태운 학단열차다. 3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정말 쉬는 날 없이 전 승무원이 출근해야 했다.
이 부서장은 "2002년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특히 많았다"라며 "수학여행단 많이 오는 봄에는 한달내내 쉬는 날 없이 근무를 해 힘들었지만 이젠 그런 풍경을 다시 볼 수 없어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기관차승무사업소에 속해 있는 `시니브로 봉사회` 회원으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시나브로 봉사회`는 2005년 출발해 중증장애인 시설이용자들의 소망인 기차 나들이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주 성애원 아동들의 `일일부모와 함께 여름나기`행사로 봉사단원들과 기차여행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경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급식봉사, 무료급식소 `이웃집` 급식봉사 및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시설 이용자들과 안동 하회탈축제 기간에 맞춘 기차여행으로 `2018년 전국사회복지나눔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병환 부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지만 잘 극복하리라 믿고 철도 이용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전 승무원은 열차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