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코리아에서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벌어졌다. 광주시 서구 화정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동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 보면 볼수록 기가 차고 어이없다.
내가 구독 중인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아래층 콘크리트 굳지도 않았는데 위층 올리다 사고".
건축공학 교수들의 지적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하층부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養生)되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추가 타설로 외벽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 붕괴했다는 누구나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참사였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길을 걷다가 `콘크리트 양생 중이니 조심하세요`라는 안내문을 종종 본다. 그러나 거푸 짚을 떼어냈을 때 누군가 양생 중인 콘크리트에 발자국을 남긴 것도 드물게 확인한다.
`콘크리트`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로마의 콜로세움(Colosseum)이 스르륵 VR(가상현실)로 눈앞에 떠오르며 콜로세움의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고대 유적지 중 세계인이 가장 가 보고 싶어 하는 상위 5위 안에 드는 게 콜로세움이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 시안(西安)의 병마용 갱, 중국의 만리장성.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국어사전은 콜로세움을 이렇게 서술한다. `고대 로마 시대에 세워진 원형 경기극장.(가운데에 투기장이 있음)`
로마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인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에 완성됐다. 지금으로부터 1942년 전이다. 콜로세움은 2000년에 가까운 장구한 세월을 지진과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아 지금 세계인을 매혹시킨다. 1942살의 콜로세움은 로마의 랜드마크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세계인의 관광객들은 그런 콜로세움 앞에서 기가 죽는다.
콜로세움은 흔히 로마문명의 뛰어난 건축기술을 웅변하는 증거라고 일컬어진다. 콜로세움은 TV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지는 고대 건축물이다. 건축물 자체뿐만 아니라 워낙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어서다. 영화 `벤허`에 나오는 마차 경기가 바로 콜로세움에서 벌어졌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오는 검투사 경기도 실제로 콜로세움에서 행해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경기장에 선 검투사들. "죽느냐 사느냐!"하고 흥분한 관중은 황제 석(席)을 향해 외쳐댄다. 황제가 오른손을 든다. 그리고 죽음을 명하는 뜻으로 엄지를 내린다. 폴리체 베르소(Police verso)! 그때마다 콜로세움은 관중의 환호로 들썩거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콜로세움은 흔히 로마제국의 뛰어난 건축기술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뛰어난 건축기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첫 번째는 건축설계다. 좋은 설계도면만 있으면 끝인가? 도면대로 시공이 가능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콜로세움은 콘크리트와 석재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로마 문명이 인류에게 남겨준 유산이 바로 콘크리트의 발명이다. 로마제국은 유럽대륙과 지중해 연안에 거대한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도로, 극장, 수도관과 같은 공공시설을 건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도시들은 대개 원형극장, 수도교, 목욕탕 같은 것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런던과 파리에도 로마제국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영국의 역사 교과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신년벽두부터 한심하고 우울한 일의 연속이다. 어쩌다 한국사회의 수준이 이 지경까지 추락했을까. 광주아파트 붕괴사고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로마의 지배를 받으며 비로소 문명 세계에 접어들었다`.
어느 나라나 로마의 유적들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될수록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 된다. 대부분 유적의 재료는 콘크리트와 석재다.
로마 시대 수도교로 가장 유명한 곳은 스페인 세고비아의 수도교다. 길이 728m, 높이 30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서기 50년에 지어졌다. 서기 50년이면, 우리나라 연표로 보면 고구려 시대다.
<1934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