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식 둘째 날인 24일, 보수야권 전직 정치인과 제5·6공화국 시절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공직자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전 전 대통령의 여러 공과에 대해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고인이) 5·18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에 대한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마지막에 용서를 빌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고인과의 생전 인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고 (제가) 공직에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뵌 일이 자주 있다"며 "개인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 조문을 왔다"고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개인 자격으로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고문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현직에 있을 때 한 일은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조문하는 것이 마땅한 예의라는 차원에서 왔다"고 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일했던 `그때 그 사람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사망을 애도했다. 제5공화국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수석은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발표한 `6·29 선언`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두 분이 돌아가셨고 저도 앞으로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걸 (공개)해야겠다고 생각해 나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1988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6·29 선언이 사실은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반대하는 노태우 대표를 전 전 대통령이 설득해 실현했다는 증언이다. 김 전 수석은 전두환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과 노태우 정부의 총무처 장관을 지냈다.  김 전 수석은 "1987년 그때는 여당인 민정당은 내각제를 계속 주장했고 야당인 이민우 총재를 위시한 김영삼 고문 등은 국민과 함께 직선제를 주장했다"라며 "제가 여당이 주장하는 내각제를 포기하고 야당이 준비하는 직선제를 해야겠다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렇게 보고하니까 전 대통령이 `좋다, 그러면 특명을 내릴 테니까 노태우 부하한테 가서 설명해라`고 했다"라며 "당시에 노 대표가 6월10일 후보 선출되고 19일이니까 하니까 굉장히 난감해하고 내각제만이 살길이라고 했는데 대통령 특명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돌아오니까 안가에 전 전 대통령과 사무총장, 안기부장은 `민정수석에게 설명을 들어라. 누가 이걸 만들어 나가야 할지, 또 항복하는 거 아니냐`해서 굉장히 험악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전 대통령이 바로 그다음 날 노 대통령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대통령도 직접 설득했다"라며 "3~4일간 이 문제의 논의가 참 급박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며칠이 지나 합의가 돼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6.29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돌아오셔서 제가 당시 (노태우 정부) 총무처 장관일 때 `자네가 추진을 했고 증인이 아니냐. 기록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역사의 증언으로 얘기해야 한다 싶어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철언 전 의원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박 전 의원은 "우리 전 대통령께서 세속의 모든 영욕을 잊어버리시고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며 고인의 업적을 부각했다.  박 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집권 과정에 엄청난 어려움, 과오도 있었지만 재임기간에 물가 안정, 경제성장, 88서울올림픽 유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단임제를 실천해 직선제를 통해 노태우 당시 후보에게 정권을 이양했다"고 했다.  또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 김일성 주석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하는 등 국가 안보와 남북관계의 화해와 평화 통일로 나가는 길에 드러나지 않은 공력이 재임 중에 있었다"라며 "한 시대가 끝났는데 어둡고 아픈 역사들은 다 떠나보내고, 국민 모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 `5·18 관련해 두 분 대통령을 모신 사람으로 한 말씀 해달라`는 말에 "저는 사실 5월 민주화운동 과정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직접 관여한 일도 없고 조사에 참여한 일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분을 모신 사람으로 평소에 두 분이 하시는 말씀과 행동을 보면 늘 5월 민주화운동 과정에 있던 비극적인 상황들에 대해 참으로 마음 아파하시고 어떻게든 아픔이 치유돼야 할 것 아니냐 늘 고심을 많이 하시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 전 대통령 내외분께서 늘 그 점을 가슴 아파하고 어떻게든 희생과 유혈 사태가 있었으니 괴로워하시고 속히 치유되기를 기도하고 빌었다"라며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고 큰 아픔 아닌가. 모두가 5월의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 마음으로 아파하고 어떻게 하면 치유되고 극복할 수 있을까 애를 많이 쓰고 있고 앞으로도 애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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