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대구의 한 수험생이 "감독관 때문에 국어 시험을 망쳤다"며 피해를 호소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교육당국이 해당 감독관의 실수를 확인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시교육청은 22일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의 말이 사실인 점과 해당 감독관이 실수를 한 것이 확인돼 학생의 대입 전형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일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대구 상원고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국어 시험 도중 감독관이 `선택과목 문제부터 풀라`고 시험 10분이 지난 시간에 수험생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독서 지문을 풀고 있고 있던 도중에 (감독관이) 선택과목부터 보라고 시험지를 집어서 9페이지로 강제로 넘겼고 시간이 지나 화작(화법과 작문)을 풀다 말고 다시 공통문항부터 풀라는 공지가 있어서 화작 풀다가 다시 공통으로 넘어와 시험을 치다가 멘탈이 부서져 국어 시험을 완전히 망했고 화작에서만 10점 넘게 날아갔다"고 했다.
그는 "도저히 손발이 떨려서 글을 보기조차 힘들어 이 글에 대해 대신 적어달라고 해서 지금 글을 힘겹게 적고 있다"며 "시험 감독관에게 연락이 왔지만 부모님이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하자 감독관은 `어떤걸 원하시는데요. 고소를 진행하기를 원하시는거에요. 아니면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건가요`라고 했다"고 썼다.
게시자는 "(이 논란이 알려지고 난 뒤) 장학사나 교감 선생님께 연락을 받았으나 `그래봤자 선생님(감독관)께 큰 징계는 없다`는 식이거나 `그래서 무엇을 원하시는데요`라고 묻기 밖에 안해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수능 치고 나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 공론화 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분리된 현행 수능 국어 시험에서 어떤 과목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교육당국은 해당 감독관이 지난해 연수 휴직을 다녀온 점에 비춰 예전의 수능을 치르는 방식과 현행 방식을 착각해 실수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말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돼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앞으로 피해 학생이 심리적 동요없이 대입 전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측은 이날 중 제2감독관 등과 함께 상원고 해당 시험실을 찾아 현장 조사를 진행한 뒤 정확한 사실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이번 일로 불이익을 당한 수험생이 더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능 시험 과정에서 이런 일이 처음 발생해 교육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대구교육청은 자문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해 종합적인 자문을 구한 뒤 법적 대응과 감독관 징계 등에 대해서는 별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지난 토요일 논술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2월10일 성적표 통지 결과 등을 보고 추가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명열 기자rositant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