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과 일정한 음률로 노래하는 새소리 거기에다 반백의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은 평화 그 자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꿈꾸는 노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 지난 2000년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률은 42.3명에서 2010년 80.3명으로 10년 새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2013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경북지역의 노인자살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사회의 고령화로 질병을 앓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노인이 늘면서 노인 자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60세 이상 노인 중 절대빈곤층 즉 먹고 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가 반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는 자살예방계획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까지 10만 명당 20명으로 줄인다고 했으나 실제자살자는 통계에 잡힌 것만 해도 10만 명당 28.5명이다. 2013년 소위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고 지자체의 조례도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각 지자체의 보건소에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번과 1577-0199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줄지 않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비용과 의지부족이다.  우리나라의 2015년 총 예산은 375조4000억 원으로 전해보다 19조6000억 원이 늘어났으며  복지, 고용 예산이 115조7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 중 30.8%를 차지했다. 복지 예산이 전체 지출의 30%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라며 정부는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복지예산중에서 자살예방에 투자되는 비용은 고작 75억이다. 내년예산은 86억 원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 이전에는 예산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1인당 150원이다. 이렇게 해가지고 어떻게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단 말인가? 일본이 3,000억의 자살예방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니 40분의 1이다. 지난 19일 경주황성공원에서 만난 손석기(황성동,83, 사진) 옹은“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그동안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며 “나도 4년 전 아내를 잃고 혼자 살고 있지만 기대 수명이 길어진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무엇보다도 본인이 혼자서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는데는 먼저 다수의 노인이 자식 등 가족과 거의 혹은 완전히 단절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가구가 70%에 달했고, 이에 따라 가족보다는 주변의 친구나 이웃에 의지하고 있었다. 전화 등을 통해 가족과 연락이 오가는 경우도 62.4%에 그치고, 40% 가까운 노인들은 전적으로 단절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건강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명당 평균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즉 가족과의 단절과 연로화에 따른 정신육체적 곤란, 만성질환 등이 심리적 안정을 저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OECD 최고수준의 노인빈곤율에 비추어 경제적 각박함도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이상덕 교수(서라벌대)는 노인 자살 충동 극복법으로“가족 이웃 등 누구라도 이야기 동무를 만들고 없으면 상담가를 찾아서라도 이야기를 하고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부끄러워말고 가족 등 외부에 알리는 것이 좋다”며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친구를 초대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노인 자살예방센터나 사회복지관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라”고 말했다. 현재 노인의 모습은 곧 우리 미래의 모습이다. 당신들의 행복이 곧 우리들의 희망이다. 지자체는 자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통해 위기에 놓인 노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자살의 위험을 방지하고 극복한 사례를 통해 밝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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