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었다고생각했던 꿈이었어요. 그런데 봄처럼 다시 피고 싶더라고요"
20년 만에 개인전의 꿈을 이룬 진해주(58) 도예작가의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진 작가는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갤러리 파미에서 오는 8일까지 `봄을 훔치다`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육아와 경제적 여건 탓에 단체전에만 꾸준히 참여했고 `개인전`이라는 꿈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프리랜서 강사로 전국의 유·초등·특수학교를 오가며 흙놀이 수업을 이어갔지만 언제나 `언젠가`라는 막연한 기약만을 안은 채 자신의 작업은 멈춰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셋이 모두 자라 삶의 여백이 생기자 다시 손끝이 흙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때 성주에서 활동하는 한 도예 작가가 작업실을 기꺼이 내줬고 진 작가는 그곳에서 다시 조용히 흙을 빚기 시작했다. 3개월의 몰입 끝에 자신도 놀랄 만큼 생생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작업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나는 이걸 할 때 가장 행복하구나`. 그 감정이 너무 강렬했어요".
이번 전시에는 진 작가가 좋아하는 골프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과 자화상 시리즈가 함께 전시된다. 빠르게 스쳐가는 봄을 흙으로 붙잡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계절과 인생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관람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작가는 도자기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꾸준히 전시에 참여해 왔다. 그 노력 끝에 한국미술협회 정회원이 됐고 현재는 칠곡미술협회 공예분과 분과장을 맡아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술 교육에도 깊은 애정을 가져온 그는 김천 초등학교 대상 도예 수업, 유치원 흙놀이 강의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흙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늦지 않은 도전의 가치를 전해왔다.
진해주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이 되찾은 꿈의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멈추지만 않으면 다시 피어날 수 있어요. 봄은 옵니다".
송홍달 기자song031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