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서풍을 타고 동해안까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은 과거의 대형 산불을 뛰어넘는 피해 규모와 속도로 인해 `괴물 산불`로 불리며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 문화재 훼손, 환경적 손실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피해 면적과 사상자 수는 이미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을 초과했으며 현재도 크고 작은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초대형 재난으로 확대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과 건조한 대기 그리고 태풍급 강풍이었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압차, 건조, 강풍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대형 산불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단순한 인간의 부주의를 넘어선 지구적 환경 변화라는 점에서 이번 산불은 더욱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산불의 발생 원인은 대체로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이번 산불 역시 정확한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등과 같은 기존 산불 원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소나무 숲(약 45만ha)을 보유하고 있어 소나무 송진의 테라핀 성분으로 인해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다. 또 소나무 재선충 방제 과정에서 벌채된 감염목이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산불 진화의 어려움도 문제다. 산불 진화 헬기 부족, 산불진화대원 인력난, 임도시설 미비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가 지연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산불은 최악의 재난이 됐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건조한 환경과 강풍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산불은 더 이상 특정 시기에 국한된 재해가 아니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이 됐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따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산림과 인접한 시골 마을에서는 산불 위험이 높은 봄·가을철 쓰레기 소각을 막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대형 종량제 봉투를 지원하는 등 소각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돼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