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장미대선 경선의 막이 올랐지만 양당 모두 시작부터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차출론`이 당내 주자들을 덮어버린 형국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구도에 경선다운 경쟁 자체가 무색해졌다. 긴장감이나 기대감보다는 맥이 풀린 분위기다.
조기 대선을 47일 남겨둔 17일 양당 모두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민의힘은 20명 가까이 됐던 후보군이 8명으로 압축됐지만 이재명 후보와 맞설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이른바 존재감 있는 `찬탄`(탄핵 찬성) 인사들이 불출마하면서 경선 확장성과 흥행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빅3`로 꼽히는 김문수(반탄)·홍준표(반탄)·한동훈(찬탄) 후보 등 반탄 우위 구도로 정리되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합리적 보수층, 범보수 유권자들이 선택할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후보들 지지율이 한 자릿수 `도토리 키재기` 수준에 머물면서 "이대로면 결국 어대명"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도 미미한 상황이다. 각 캠프가 현역 의원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국민의힘 의원 중 절반가량이 몰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컨벤션 효과`를 노린다는 경선 전략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한 권한대행 대망론`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주자들이 설 무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이번 경선은 망했다"는 자조까지 흘러나온다.
국힘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최종 후보가 누구든 결국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모두가 한 권한대행만 바라보는 상황에서는 어떤 주자도 부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동훈 후보는 KBS 라디오에서 "부전승으로 기다린다면 누가 그걸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나"고 직격했고 홍준표 후보도 KBS 라디오에서 "(차출론은) 우리 당 내부를 흔들려고 하는 어마어마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의원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는 말도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공직자 사퇴 시한인 다음 달 4일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 경선은 시작부터 `이재명 추대식`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일반 국민 여론조사 득표율과 권리당원 투표율만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중도 확장성을, 권리당원 투표율은 당내 결집력과 경선 열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은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국민선거인단 규모에 따라 당원투표 반영 비율이 달라졌지만 이번에는 권리당원 비중을 고정하고 국민의힘 지지자 등에 의한 `역선택`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룰을 바꿨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는 "(당세가 강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경선의 막이 올랐지만 양당 모두 시작부터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