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쉬는 날보다 쉬지 않는 날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이 20만원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8년 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55% 감소했고 온라인 구매는 20배 이상 늘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자료 기준 2022년 연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일요일)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이다.
이는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의 630만원보다 낮다.
지난 2022년은 일부 지자체들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기 직전의 해다. 정부는 2012년 대형마트의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을 법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골목상권 보호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국민의 기본권만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 2024년 공휴일 휴무 원칙이 먼저 폐지됐다. 구매액 분석을 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 한경연 설명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8년 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에서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은 55% 감소했고 온라인몰 구매액은 20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인터넷쇼핑 판매액이 대형마트 판매액을 추월하며 대형마트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감소했고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2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202곳이 폐업한 바 있다.
이에 한경연은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온라인 시장 성장과 소비자 행동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단편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슈퍼마켓을 상보적 관계로 볼 때가 아닌가 한다.
대형마트 상품을 지역 중소유통에 공급하는 등의 상생협약에 신경 쓰는 편이 차라리 실효적일지 모른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백화점, 면세점까지 의무휴업일을 추가로 도입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거론된다. 점유율 50%를 넘어설 만큼 온라인 중심으로 생태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의무적으로 문을 닫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은 `유통기한`이 다하지 않았나 심도 있게 살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