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해 친모 석모씨(49)에 대해 대법원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DNA 검사 결과 석씨가 친모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쟁점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확신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들이 남아 있어 추가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석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씨는 2018년 3월말~4월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친딸인 김모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숨진 3세 여아)를 바꿔치기해 딸의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3세 여아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2월 9일 딸이 살던 빌라에서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상자에 담아 옮기려다 그만둔 혐의도 받는다.
앞서 석씨는 수사기관 조사 과정부터 항소심까지 네 차례 진행된 DNA 검사결과에도 자신이 숨진 피해자를 출산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DNA 검사에 오류가 있는 전례가 있고 DNA 검사를 제외하면 석씨가 정말 출산했는지와 어디서 어떻게 아이를 바꿔치기했는지를 수사기관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2심은 이런 석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DNA 검사에서 인위적 조작·훼손이 없었고 오류 가능성은 희박해 숨진 아이는 석씨가 출산한 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은 "비록 피해자의 행방을 알 수 없고 피고인이 미성년자 약취범행을 부인함으로써 세부적 범행 경위나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피해자를 약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아이가 바꿔치기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등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에 대한 추가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석씨가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공소사실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석씨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석씨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생긴 모습이나 형태)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석씨의 딸이자 숨진 아이의 친언니인 김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징역 20년이 유지됐고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장종찬 기자gst3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