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1호에 이어= 중국에게 기회가 다가섰다.
오는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목표로 한 지난 2015년의 파리협정 체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그리고 2021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 등 일련의 상황변화로 전기차가 시대의 바람을 타고 있다.
작년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가 130만대인데 비해 미국에선 그 4분의 1인 33만대가 팔렸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나머지 나라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GM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오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생산을 거의 중단할 것 같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명약관화하다. 가장 보수적인 시장분석 회사들도 2030년 전기차 판매 시장이 지금보다 8배 늘어난다고 예측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이다. 안전성, 주행거리, 충전시간이 배터리 기술의 지향점이다. 여기에 맞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장 보편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 메이커가 엔진을 자체 제작했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전문회사가 개발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 시장은 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 세 나라가 장악하고 있다. 특히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이 전 세계 배터리 셀(기초부품)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LG화학을 선두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세계 10위권에 있을 정도로 배터리 강국이다. 정부의 관심보다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전략에 의해 이룬 성과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강점은 시장 규모와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지만 이것이 약점이기도 하다.
유럽은 중국 배터리 의존에서 벗어나려고 독자적인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산업패권을 의식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렇게 배터리 생산과 공급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배터리 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기회이자 위기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견제 심리는 유리한 측면이지만 미국과 유럽이 확대되는 배터리 시장을 겨냥하고 독자적 배터리 산업 육성에 나서면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 확대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에겐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배터리 산업은 첨단 소재 기술혁신이 생명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기술이며 이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과제는 연구 투자와 자동차메이커들과의 공급망 구축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산업정책과 경제 외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