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오랫동안 대형할인매장과 아울렛의 등장으로 침체됐던 성동시장, 중앙시장, 중심상가의 경기가 이제는 침묵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재래식 상업행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물목을 갖추는 등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경주의 대표적 상권 세 곳에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치밀하게 추진한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전통시장의 멋을 살리고 지나간 세월의 향수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먹을거리, 살거리, 볼거리가 제대로 융합된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편의성 때문에 대형마트를 찾던 소비자와 관광객들이 다시 전통시장으로 유턴을 하고 있는 추세다. 성동시장 권인택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은 대형마켓과 달리 물목이 다양하고 품질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여기에 에누리도 있고 덤도 있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살아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다시 전통시장을 찾을 것으로 확실하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확신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성동시장의 먹자골목에는 최근 2년동안 매출이 50% 정도 늘었다. 더구나 젊은 소비자들이 하루 100명 이상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 게다가 주차장에는 하루 평균 2천 대 이상의 차량이 주차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켓투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경주시의 관광정책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오랜 세월 사람의 손때가 묻은 전통시장을 둘러보면서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주목하면서 내부적으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친절한 응대, 환경 정비 등 경영기법을 현대화 했다. 그 결과 권 회장 취임 후 2번의 명절에 25%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권 회장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전통시장의 경기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과거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성동시장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트렌드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또 "이번 설에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을 찾아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이 20% 정도 저렴하고 다양한 제수용품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중앙시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경주의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70년대에 공설시장이 된 후 80년대부터 시설현대화를 거쳐 83년에 법인시장으로 거듭났다. 지금의 모든 시장 재산은 법인에 등록된 상인들의 것이다. 그 때문에 주인의식이 남다르다. 아직도 5일장이 크게 열리는 중앙시장도 한 때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신도심의 개발로 도심공동화, 이원화를 겪었고 보문단지의 개발로 일부 상권이 옮겨갔다. 거기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떠났다. 중앙시장 정동식 상인회장은 "침체 일로를 걷던 중앙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을 제대로 응대하기 위해 상인대학을 설립해 친절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음식점에는 친절과 청결을 최우선적으로 개선토록 했고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춰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확충하는 데 전념했다. 그리고 안전행정부의 야시장 육성사업에 발맞춰 야시장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야시장이 활성화되면 도시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밤만 되면 암흑천지가 되는 경주의 중심가가 환하게 밝아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야 비로소 경주의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야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앙시장에서는 이밖에도 비어 있는 공간에 `청년몰`을 갖출 계획이다. 청년들이 몰려들어 즐기고 토론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면 전통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가 중앙시장의 획기적인 변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아 중앙시장을 찾으면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올해 경주시의 관광 정책이 요우커들의 경주 유치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연관된 기대치다. 정 회장은 "중국의 관광객들을 도심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도심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앙시장은 700개의 상점이 입주해 있다. 중앙시장도 성동시장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쪽이 활황의 변수다. 결국 상인들이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전통시장은 아직 여러모로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의 발전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하며 더 아능 시장을 만들어 시민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중심상가의 사정은 전통시장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경주의 중심상가는 전통시장보다 더 어렵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근 도시의 백화점과 아울렛에 소비자들으 대부분 뺏기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가만히 앉아 넋을 놓고 있지는 않다. 새롭게 디자인하고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해 세일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소비자 서비스를 백화점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예절교육을 강화하기도 한다. 중심상가 이정환 상인회장은 "경주의 중심상가는 약 500여 개의 상점을 갖추고 있어 옛날부터 경주의 중심이었다는 정서적 장점, 대형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다양성이 있어 경쟁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먹을거리, 보세의류 등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누릴 수 없는 쇼핑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며 인접한 곳에 신라천년의 역사적 현장이 즐비하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쇼핑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심상가가 소화할 수 있는 소비자 인구는 인근 대도시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란다. 또 상당부분의 시민들이 대구, 울산, 포항으로 쇼핑을 떠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중심상가가 살아남기 위햐서는 경주시민만 상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래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마켓투어의 필요성이 또 대두된다. 예컨대 보문에 투숙하는 관광객들을 중심상가로 유치하기 위한 투어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다. 여기에 최근 중심상가 주변에 생겨나는 게스트하우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투숙객들이 중심상가를 활용해 소비가 이뤄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입소문이 퍼지면 중심상가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 않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다. 구체적인 준비도 하고 있다. 중심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차타워 건립이 임박해 있고 구도심의 경주의 문화전통을 스토리텔링해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 나갈 계획이다. 대형마트 진입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는 논리도 분명하다. 무조건의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수가 한정된 경주에 또 하나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모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중심상가와 전통시장의 경기가 살아나고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나아진다면 얼마든지 대형마트의 입점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환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에 비해 경주의 전통상권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눈에 띄는 활황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세 곳의 상인회장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된다. 여기에 경주시의 집중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상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