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에서 발생한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사고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고로 연구원과 직원 등 7명이 열차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수해로 인한 구조물 안전 점검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이들이었다.
더 큰 비극은 이 사고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사고 지점은 곡선 구간이자 숲이 우거진 곳으로 approaching 열차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 특성상 소음이 크지 않아 접근을 알아차리기 힘들었고 무전기 오작동까지 겹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설명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부연`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철도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됐는가에 있다.
코레일 측은 이번 사고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위험지역 2m 밖에서 이뤄지는 상례 작업이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곧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절차와 규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 현장에서는 그보다 더 강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열차가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곡선 구간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면 열차 운행을 잠시 통제하거나 감시 요원을 추가 배치했어야 한다.
그 기본적인 조치가 빠져 있었다는 점이 바로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을 드러낸다. 이번 사고는 비단 철도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안전 부주의 사례는 늘 있어 왔다. 여름철 수해 복구 현장에서, 농어촌의 낡은 기반 시설 점검 과정에서 그리고 산업단지의 크고 작은 작업장에서 안전은 종종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 요소`로 치부된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이미 수차례의 사고로 확인됐다. 세월호, 제천 화재, 이태원 참사까지 이어진 비극의 공통점은 바로 안전보다 효율과 절차에 치중한 사회 구조였다.
경북과 영남 지역은 특히 철도와 산업 현장이 많은 곳이다. 철도망과 산업단지, 관광객이 몰리는 대형 행사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전은 지역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번 사고를 단순히 청도 한 지역의 불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전체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장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위험 구간 작업 시 열차 운행 조정 △안전 감시원 상시 배치 △무전기 등 통신 장비 이중화와 실시간 점검 같은 세부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철도 사고는 단순히 코레일만의 일이 아니다.
재난·재해 대응 시스템과 맞물려 있는 만큼 지자체 역시 유관 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고가 벌어진 뒤에만 안전을 논할 것이 아니라 평소부터 시민 의식 속에 `안전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 작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비용이 더 들더라도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는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지역 사회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자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청도의 이번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뼈아픈 경고를 던졌다. `안전은 절차가 아니라 실천`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주시를 비롯한 경북 전역, 나아가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이번 교훈을 깊이 새기고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 혁신에 나서야 한다. 안전을 등한시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