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경북도, 포스코홀딩스와 손잡고 `소형모듈원전(SMR) 1호기 경주 유치`를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지역발전 프로젝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과 산업구조 재편,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안보 강화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SMR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핵심이다. 대형 원전 대비 소형화된 구조지만 안전성과 경제성이 크게 향상됐고 공장에서 모듈 방식으로 제작해 현장 설치가 가능한 만큼 건설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SMR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이미 SMR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국산 SMR 개발과 실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주의 SMR 1호기 유치는 단순한 원전 하나의 입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SMR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특히 경주는 기존의 원자력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을 갖춘 도시이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 및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과도 연계된 최적의 입지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실증 1호기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경주는 연구개발, 생산, 인재양성, 수출기지까지 아우르는 `SMR 종합 생태계`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협약의 또 다른 축인 포스코의 참여는 매우 상징적이다. 세계 7위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시장의 거인이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철강 산업도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이러한 탈탄소 전략의 핵심 기술이지만 전력 사용량이 방대하고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로는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이 수요를 감당할 유일한 대안이 바로 SMR 기반 원전 전력이다. 경주와 포스코 그리고 경북도의 협력은 수요와 공급의 이상적인 조합이다. SMR이 포스코에 안정적 전력을 제공하고 포스코는 SMR 기술의 조기 상용화에 필요한 수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양측은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두 기관 간의 협력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에너지 독립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막대한 전력 수요는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로는 충당할 수 없다"며 정부의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과 민간의 원전 전력 활용 허용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법적·제도적 장벽을 조속히 해소하고 민관협력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몫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밝힌 것처럼 SMR 1호기의 유치는 경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선언이 아닌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번 협약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 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국회 또한 관련 법과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주에서 시작된 이 협력이 결국 대한민국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선도국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업과 지역, 정부가 삼각축이 돼 이룩할 `K-SMR`의 성공 신화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