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이다.
이 나라는 헌법 위에 세워졌고 헌법은 모든 국가 운영의 기초다.
그런 점에서 제헌절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헌정 질서의 출발점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헌절은 국경일이면서도 유일하게 `빨간날`이 아닌, 잊혀가는 날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제헌절의 공휴일 지정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단순히 법안 숫자로만 보면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이 17건, 이번 22대 국회 들어서만도 7건이다. 명실상부하게 여야 모두가 제헌절의 공휴일 복원을 바라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당시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생산성 저하 우려, 방학·휴가철과의 중복 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국경일임에도 국민적 체감도는 현저히 낮아졌고 제헌절의 의미는 점차 흐려졌다. 법의 날을 법조인만 기념하듯 제헌절은 일부 헌법학자와 정치인만 되새기는 날로 전락하고 말았다.
헌법은 모든 시민의 것이며 제헌절은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국가의 초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휴일 지정은 단순한 `하루 휴식` 이상의 상징적 가치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12·3 계엄령 등 최근 몇 년 간 헌법적 가치와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작동한 경험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 `제헌절의 상징성 회복과 공휴일 재지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국민 여론도 공휴일 재지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88.2%가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공감` 차원을 넘어 `실천`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물론 공휴일 지정이 모든 산업계에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유급휴일이 늘어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일부 소규모 사업장은 공휴일 적용 제외로 인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휴식권 확대는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며 헌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교육적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론화`다. 단순히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또다시 상임위 문턱에서 멈추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때다. `헌법을 만든 날`인 제헌절을 공휴일로 되돌려 대한민국 헌정의 출발점을 모두가 함께 되새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헌절은 다시 `빨간날`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