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상호관세 유예 시한(8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쌀, 소고기, 사과 등 농축산물 분야의 비관세장벽 해소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부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 가능성을 시사하며 협상 카드 조율에 나섰으나 국내 여론과 농업계의 반발이 동시에 확산되면서, 협상 국면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농식품 검역 등 비관세장벽 문제다. 미국은 해마다 발간하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쌀 수입 물량 제한 △사과 등 과일 검역 절차 지연 △GMO 승인 지연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등을 대표적인 시장 접근 저해 요인으로 지목해 왔다.  이 중 소고기 문제는 여론 리스크가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월령 제한은 자의적이며 대부분의 국가가 해제한 만큼 한국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도 30개월이 넘은 소고기의 경우 구이용보다 햄버거 패티 등 가공육으로 주로 유통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이 허용될 경우 가공육까지 포함한 수입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령 구분이 어려운 가공육에 대한 수입은 현재 금지돼 있지만 규제 완화 시 연쇄적인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경우 미국산 수입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소비자 안전과 여론 악화를 이유로 완화 요구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쌀도 대표적인 민감 품목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은 연간 40만8700t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설정해 5% 세율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1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높은 관세율과 TRQ 방식 자체를 `과도한 시장 장벽`으로 보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TRQ 물량은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이미 배분돼 있어 미국 몫을 일방적으로 늘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른 국가의 물량을 줄이기 위해선 세계무역기구(WTO)의 재동의가 필요하고 미국만 늘려줄 경우 국내 통상절차법상 국회 비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도 "쌀 증량 조정은 기술적·정치적으로 모두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과 등 과일류는 병해충 유입 및 생태계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병해충 유입 위험성 평가 때문에 검역 협상도 복잡하다. 미국산 사과는 수입 검역 협상이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8단계 중 2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검역 협정은 과학적 평가에 기반하므로 몇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미국산 사과 수입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산업부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전향적 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계는 "정부가 국민 건강과 농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품목을 무리하게 협상 카드로 꺼내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규제 완화가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의 핵심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통상 실익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반면 여당과 지지층, 농촌 기반과의 조율도 동시에 요구받고 있어서다.  특히 한미 통상에서 일정 수준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 속에서도 농업계와의 사전 협의 부족은 향후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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