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권과 안보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을 두고 학계가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은 분단국가인 한국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구글의 일방적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거부가 정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 2월 한국 정부에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지도 데이터다.
그는 이번 구글의 요청은 단순한 지도 서비스 편의 향상이 아닌 위치 기반 광고, 자율주행 등 수익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구라며 정부의 단호한 거부를 촉구했다.
안 교수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한국은 타국과 안보 현실이 다르며 국내에서 생성된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공공 자산인 만큼 정보주권 차원에서도 정부가 이를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 편의성 향상`, `산업 혁신 유도` 등 구글의 명분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이미 국내 기업과 일부 해외 기업은 1대 2만5000 축척 지도만으로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애플, 바이두,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 해외 기업들의 유사 요청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 공간정보산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급격히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98%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연간 11조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구글은 국내 서버나 데이터센터 구축을 거부하면서 정부의 보안 통제 권한 없이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교수는 "국내법 회피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며 "고정밀 지도 반출은 국내 서버 구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서울여자대학교 지능정보보호학부 객원교수도 지난 5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기고문에서 "한국은 타국과 동일시할 수 없는 안보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고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국 기업인 구글이 데이터를 보관·통제하면 군사시설 유출 등 보안 사고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방부가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에 노출돼 있는 국가 주요 안보시설에 `저해상도 처리 요청`을 했지만 3년 넘게 구글 측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 답변을 오는 8월 11일까지 내려야 한다. 데이터 주권과 안보는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