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비통한 사고가 벌어졌다.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첫 출근 날 숨졌다. 사고 당일 구미의 기온은 37도를 넘었다. 숨진 노동자의 체온은 무려 40도가 넘었다. 그가 얼마나 극한의 환경에 내몰렸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숨진 노동자는 거푸집 설치 작업에 투입돼 있다가 잠시 쉬겠다며 자리를 떴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시각은 오후 4시 40분. 숨진 채 발견된 그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확인한 체온은 사람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경계를 이미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이 죽음은 명백한 인재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다. 폭염은 이미 재난 수준이다. 구미에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 경보가 계속 내려졌다. 폭염이 지속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한낮 폭염 아래 건설현장에 내몰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고가 결코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해마다 여름 폭염이 닥치면 건설현장, 농촌, 하청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속절없이 쓰러진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뉴스다. 정부도, 지자체도, 사업주도, 모두 폭염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또다시 노동자는 죽었다. 무엇보다 그가 이주노동자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있다. 언어 장벽에, 권리 보장 사각지대까지 겹쳐 제대로 쉴 권리조차 주장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는 첫 출근 날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말 잘 듣는 노동자`로 소비되는 구조 안에서 그가 위험하다고 외칠 수 있었겠는가.
문제의 현장은 사고 직후 작업이 전면 중단됐고 고용노동부는 안전 점검과 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수십 번 봐온 `행정 절차`만으로는 아무 의미 없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구조적 무관심이다. 폭염 속 노동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업주가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진 않았는지, 안전 교육과 폭염 대응 지침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졌는지 낱낱이 들여다봐야 한다. 더는 `안타깝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방치하면 살인이 되는 `사회적 재난`이다. 더욱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에는 폭염 등 위험 작업 시 작업 중지 명령, 보호 조치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이런 참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이번 사고를 반드시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책임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벼운 과태료나 경고로 끝나선 안 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노동자를 일터에서 잃었다. 폭염 속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남긴 비극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 모든 사업주는 이 사고를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폭염 속 노동자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다. 명백한 타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