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씨가 공황장애 치료제와 감기약을 먹은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약물 운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나 일반 감기약 중에도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누구나 이번 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약물 복용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는 주차 중 접촉사고를 냈고 경찰의 약물 반응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왔다.
국과수 정밀 검사 결과 공황장애 치료제와 감기약 성분이 확인됐으며 두 약물 모두 졸음과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다"고 진술했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많은 사람이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는다. 현행 의약품 포장지에는 `운전 주의`나 `졸릴 수 있음` 등의 문구가 명시됐지만 글씨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명시한 경우가 대다수다.
약국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상세히 제공하긴 어려워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먼저 묻지 않으면 운전 가능 여부는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 멀미약, 수면유도제, 항불안제, 일부 진통제 등 다양한 약물이 졸음과 주의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심지어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에도 이러한 성분이 포함돼 있어 약을 먹은 뒤 곧장 운전대를 잡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가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경로도 제한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의약품안전나라`에서는 제품명을 검색하면 운전 주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내용도 전문적이다.
일부 민간 앱이나 사이트에서 약물 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만 모든 의약품을 다루지 않고 정확성이나 신뢰성도 들쭉날쭉하다. 결국 환자 스스로 의사나 약사에게 "운전해도 되냐?"고 묻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운전 주의 약물에 대한 시각적 경고 체계가 정착돼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약물 포장에 4단계 픽토그램을 의무화해 운전 영향도를 직관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일본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운전 능력 저하 가능성을 구분해 안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 논의가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운전 주의 약물 분류나 경고 표시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운전 주의 약물에 대한 정보 제공 방식을 더욱 직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포장지에 경고 문구를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QR코드를 통해 운전 가능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부터 도로교통공단과 `마약류 운전 OUT 캠페인`에 `의료용 항정신성의약품도 복용 후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메시지 담아 알리고 있으며 매해 명절 때마다 `멀미약`이 장거리 운전자에게 졸음과 방향감각 상실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 꾸준히 전하고 있다.
우리모두가 약물 운전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