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올해 연간 0%대 저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와 환율 상승, 성장 추가 둔화 우려 등의 악재가 설상가상으로 더해졌기 때문이다.
향후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글로벌 경제는 물가 상승 속 경기가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설 위험성이 있다. 특히 이란이 중동산 원유를 나르는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최초로 봉쇄할 경우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이달 보고서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하루 2000만배럴에 달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 20%에 육박하는 원유 수송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제한되는 것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으로 오는 원유의 50% 이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99%는 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은 아직 공식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의회는 지난 22일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찬성했으며 최종 결정권을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넘겼다.
이란 최고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하면 이는 국제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건이 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의 공격으로 호르무즈 바닷길이 위협받은 적은 있지만 전면 봉쇄는 단행된 바 없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세계 경제가 예기치 못한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분석된다. 전쟁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배럴당 70달러대 중반까지 상승한 국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고 특히 호르무즈 해협 운송로가 제한되면 100달러 이상 폭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 외풍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가장 가깝게는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된다.
유가가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배럴당 75달러를 유지할 경우 달러·원 환율은 1345~1360원 범위에서 안정된다. 그러나 85달러로 오르면 1390~1420원 반등이 전망되며 90달러로 치솟으면 올해 1분기 고점인 1430~1460원까지 가파른 반등이 예상된다.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 저변을 끌어내렸던 2022~2024년 `킹달러` 현상의 재발이 우려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환시장 급변이 국내 성장을 밀어 내릴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간 한국 경제는 계엄과 내수 부진 장기화, 글로벌 수요 둔화 등에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다.
그나마 새 정부가 들어서고 원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외국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증시가 회복하는 등 긍정적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던 차였다. 이 반전 흐름이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멈춰설 위험성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유가가 올라 기업 비용 부담이 무거워지면 올해 성장 전망은 다시 0%대로 뒷걸음칠 수 있다. 앞서 한국무협협회 분석 결과 국제 유가 10% 상승 시 국내 기업의 원가 비용은 2.8%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급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지만 미국의 공습이 오히려 중동 위험 완화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