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집합건물이 한 달 새 증가했다.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법원 경매시장마저 얼어붙어 이들 물건이 부동산 시장에서 소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의경매는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다. 저당권 등의 담보물권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채무금액을 변제기일까지 받지 못하면 채권자는 법원에 매각 신청을 하게 된다. 담보로 설정된 목적물이 매각될 경우 경락 금액 중 받지 못한 채권금액만큼을 변제받게 된다.
지난달 2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에서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수는 3052건으로 전달(2991건)보다 소폭 늘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난달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가 921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서울 441건 △인천 289건 △경남 233건 △부산 2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는 집합건물의 임의경매 신청이 증가한 이유로 고금리를 들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6%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집합건물 임의경매 증가는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은행의 경우 3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할 때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최근 3~5개월 새 연체가 급증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경매물건 적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는 262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3593건) 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중 1046건이 낙찰돼 전국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전달보다 4.9%포인트(p) 높은 39.8%를 기록했다. 다만 강원·전북지역의 법인 소유 아파트 수십 가구가 저가에 낙찰되면서 낙찰률이 반등한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다.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 대비 5.0%p 하락하면서 지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영향으로 집합건물 임의경매가 늘어났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매매가 잘돼 경매가 취소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증가한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소화가 잘 안 되는데 두세 번 정도 유찰돼야 그나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며 "한동안 임의경매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까지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위시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치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됐으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주담대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추세가 드러난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필요성 및 서민금융을 강조해 온 금융당국의 `정책일관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또 금융권에서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상생금융`을 언급하면서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