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협동조합이 목장 경영 안정을 위해 월 30억원 규모의 자금 지급을 결정했다. 서울우유의 이런 결정에 정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낙농진흥회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정부 기조와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합을 상대로 지원금 배제 등 페널티 부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는 원윳값 인상이 아닌 낙농가를 위한 지원 자금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윤 추구가 우선적인 일반 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의 안정과 낙농산업발전을 위한 더 나아가 회사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번달 16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최근 2년간 사료가격 급등에 따른 낙농가 수익 감소와 1500여조합원 목장의 경영 불안정 해소를 목적으로 목장 경영 안정을 위한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월 30억원이면 연간으로는 36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우유 영업이익 580억원의 60%가 넘는 것으로 서울우유는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우유는 일반 주식회사인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과 달리 농협 중앙회의 회원 조합이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낙농업을 경영하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자금·자재 및 정보 등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의무와 목적이 있다.
조합원들은 최근 원유 기본가격이 2년 동안 동결(L당 947원)됐고 사료가격 급등에 따른 목장 별 유대 수익이 40%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어려움에 직면한 농가들의 폐업하고 2세들의 목장 운영 포기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의 지원 결정은 회사에 당장 수익을 남기기보다 조합원들이 목장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의도로 이뤄졌다. 이는 서울우유의 존폐와도 직결된다. 조합원들이 줄고 원유가 없어지면 미래 식량주권을 잃을 우려도 있다. 협동조합으로서 역할과 본분에 충실한 결정임에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낙농가 지원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상 원유 구매가를 인상한 조치고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한 서울우유 입장은 단호하다. 대의원 총회를 거쳐 사룟값 인상 등으로 어려운 농가를 지원해주기 위한 것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결단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선행적으로 농가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윳값 인상 역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낙농진흥회에서 원유 공급가가 결정된 이후 검토할 예정이고 결정된 안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서울우유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를 구매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농장에서 원유를 받아 우유를 생산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해 진흥회의 원유 가격을 준용해왔다.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은 만큼 서울우유는 `밀크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일부 언론과 시장 추측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서울우유의 지원금 결정 이후 우윳값 인상으로 인한 빵과 아이스크림, 치즈 등의 도미노 가격 인상 추측이 계속되고 있지만 확인 결과 우윳값 인상은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한다.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연간 혹은 수년 단위로 선계약을 한다. 이번 서울우유 지원금 결정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작다. 다만 라떼 등에 우유 사용이 많은 만큼 카페 업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낙농제도 개편 뒤 올해 원유가격 조정을 시작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낙농산업발전과 미래식량주권을 지키려는 서울우유 결정에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다른 시각에서 응원의 메시지도 필요하다.
합리적인 원윳값 선정을 위해 조속한 낙농제도 개편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