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이미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30차례 이상 진행한 만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생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식 회견을 갖기로 결정됐다. 국정 방향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소개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개월 동안 새로운 국정 기조를 잡느라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은 우리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결단이자 용기가 필요했다. 야당과 일부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꿋꿋이 강행한 것은 후대가 평가할 문제다.
이 밖에 한미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집권여당 내홍 등 바람 잘 날 없는 100일이었다. 하지만 이 100일 동안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던 국민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취임 두달 만에 20%대로 내려앉은 국정운영 지지율은 100일이 지나도 오르지 않고 있다.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에 올라 본선에서도 승리함으로써 한국 정치사에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00일 동안 국민평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지난 16일 부산의 시민단체가 출범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 `역대급` 무능 정부라고 비판했다.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정권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거의 모든 연령과 지역에서 과반을 넘겼다. 역대급 무능정부에 딱 어울리는 평가"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인사문제(24%)`였다. 대통령 `친정`인 검찰 출신 인사들이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등 정부 요직 곳곳에 기용된 것부터 여론 수렴 없는 학제개편안 발표로 34일 만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낙마를 자초했다. 새 교육 수장이 취임하고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는 개혁 추진 동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러한 민심과 괴리된 용인술은 중도층 및 보수층 일부의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교육부 내부 조직개편·인사와 맞물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작업도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개혁 등 3대 개혁을 위시한 임기 초반 국정 드라이브도 여소야대 국면으로 불리한 환경이다.
물가 정책 역시 재정과 통화, 금융 당국 간에 엇박자를 보였고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도 거래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낮춰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계와 ICT 산업계·과학기술계 등은 출범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성과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규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등 남은 인선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인화성 높은 `불씨`로 남아있다. 공식 행사에 지인 동행 논란과 건진법사 의혹, 대통령실 관저 수주 의혹, 학위 논문 논란 등 잡음이 잇따랐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인적 쇄신과 대통령실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전면적 인적 쇄신 보다는 조직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의 저조한 국정 지지도를 반등시키기 위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참모들을 물갈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 이번 주에 국민들에게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신뢰 회복을 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는 낮은 지지율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