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를 GDP(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통제하기로 최근 방향을 잡은 것은 매우 합당한 조처다. 정부는 문재인 전 정부 5년 간 이어진 확장성 재정 기조를 되돌려 건전한 재정 기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도 정부 예산부터 긴축 모드로 진입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기조가 현실화 된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불요불급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신규 사업 착수가 상당 기간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가 교부금 예산까지 조정을 시도할 경우 각 부처는 물론 지자체까지 긴축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진다. 정부는 또한 공무원 정원·보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하기로 했다. 공무원의 보수가 동결 수준을 넘어 각종 수당과 복지의 축소까지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예정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포인트 금리인상 즉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를 쫓아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면 국내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 절하에 따라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 정도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선제적으로 빅스텝 이상으로 대응해야 최소한 역전은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물가 상승 역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은 역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당장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7일 `바로 서는 나라재정!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새정부 5년간의 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 예산안이 이 회의를 토대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정부는 연말 기준 -5.1%로 예상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수준을 -3.0% 이내로 감축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재정수지 적자 수준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적자 규모인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대 중반에서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에 달렸다.
정부 각 부처는 정부의 긴축 재정에 따른 예산과 사업축소에 대해 상당한 반대논리를 갖고 있다. 지자체들도 이번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수많은 공약들을 내놨던 만큼 공약의 실행을 위해 되려 재정수요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직원 등도 보수와 처우의 동결에 대해 적잖은 거부감을 갖게 될 것은 뻔하다.
게다가 정부가 이번 조처들을 강력하게 시행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시도할 경우 야당과의 타협이 불가피해 내용들이 부득불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펜데믹 쇼크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상당히 드러난 엄중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자기 살을 깎아내는 긴축 재정을 실시할 때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은 국가 전체의 위기극복과 건전화를 위한 솔선수범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도 자기 이익만을 위한 목소리를 줄이고 비상한 각오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