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 사람도 삼킬 만한 아가리로 스테이크를 물어뜯는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군주 같았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표정으로 스톱워치를 누르는 쇼호스트. 그러나 내 시간은 의지가 약해 전력 질주하는 귀를 따라잡지 못하고 맹수 앞에서 목숨을 포기한 초식동물처럼 눈을 감는다.구덩이를 파고 개미를 노리는 개미귀신도 개미와 같은 꿈을 꾼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남의 생을 데려와 주연이 죽기 직전까지만 촬영하고 시놉시스를 지우는 꿈. 그러니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생을 요약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누군가는 배송 직전 취소 주문을 넣어 하루이틀 설레었던 경험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세상이 병든 후에야 지구가 부풀었는데 한껏 부풀어 춤추는 풍선 인형은 그 많은 유서를 어디로 부치는 걸까.피폐한 영혼들이 누렇게 병든 나뭇잎을 찬양하듯 유언을 후기로 작성하는 세상이라니. 온통 미쳐 춤추는 세상이라니.내가 키운 소는 육질이 좋은데 내가 먹을 수 없어서요.오 분 남았습니다 고객님.오늘만 살고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거든요.지금입니다 고객님.행성을 쪼개는 방법이전쟁이 아닌충동이라니.`시골시인-K`시집 내용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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