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는 더 이상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 즉 폐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경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982년 이후 올해 3월까지 경북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무려 732교, 이 중 절반 이상이 매각 또는 처분됐지만 여전히 237교가 교육청 소유로 남아 있고 그중 58교는 활용 방안조차 마련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인프라의 축소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폐교는 그 자체로 추억과 역사가 깃든 공간이다.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지역이 함께 숨 쉬던 장소가 그대로 흉물로 변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활용 폐교는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 범죄 취약성, 관리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농산어촌처럼 입지가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경북교육청은 `폐교 활용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경북교육청은 폐교를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교육수요가 있는 곳은 체험관, 연수원 등 교육시설로 전환해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장기 미활용 폐교 10곳은 대부나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주민 공동체와 협력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체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나아가 `폐교재산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활용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방교육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폐교를 지역 재생의 마중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문체부는 지역 문화 활성화와 관광 인프라 확충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는 만큼 폐교를 문화예술촌, 창작 스튜디오, 지역 관광 거점 등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다.  특히 농산어촌의 폐교는 자연환경과 결합하면 캠핑장, 체험마을, 전통문화 교육센터 등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이러한 구상은 훨씬 현실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교를 활용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페·갤러리·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해 지역 경제를 견인한 경우 청년 창업공간으로 재탄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면 교육부·문체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폐교 활용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재정·행정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 폐교는 사라져야 할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여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실행력이다.  경북교육청의 비전이 단발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버려진 교정이 다시 웃음과 활기로 가득 차는 날, 그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지역 부활의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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