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먹거리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OECD의 구매력 평가(PPP)를 고려한 물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았다.  이는 OECD 38개국 중 스위스(1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94), 일본(126), 영국(89), 독일(107) 등도 한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PPP 기반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을 반영해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보정한 지표다.  각국 국민이 느끼는 실질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정부도 먹거리 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 생계비에서 비중이 큰 식료품 물가가 다락같이 높으니 경제적 삶의 질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높은 식료품 물가가 국민 삶에 지우는 부담은 여러 국내 통계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외식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1분기 29.2%에 이르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 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높아 하위 20%에서는 32.5%를 기록했다.  식료품 물가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족 단위 외식에 지출된 월평균 비용이 2021년 11만400원에서 지난해 14만 3800원으로 3년 새 3만 3400원(30.3%) 증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사항으로 식료품 물가 상승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식료품 물가 고공행진이 경기변동이나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 데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 물가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높은 것은 저조한 농업 생산성과 고비용 유통경로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통화정책이나 품목별 수급조절 같은 단기적 시장개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한은은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걸쳐 공급과 수요 양 측면의 탄력성을 높이는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최근 생활 필수재 물가 급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TF 2차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니 현황과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 챙겨서 다음 회의 이전에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새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황 관리와 함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이참에 과다한 상가 임대료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측면도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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