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약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은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후보가 `재생에너지 중심`이라면 김문수 후보는 `원전중심`으로 각론이 다르지만 양자 모두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믹스`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40% 넘게 올랐다. 관련 ETF도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원전 기업에만 집중 투자하는 `HANARO 원자력 iSelect`와 `ACE 원자력테마딥서치`는 최근 한 달간 28.76%, 22.4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기업에 투자하는 `RISE글로벌원자력`도 31% 뛰었다.
최근의 급등세는 원자력 산업 재편 영향이 크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공급하는데 원자력 발전만큼 효율이 좋은 에너지원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면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할 현실적 대안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50년까지 미국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유럽 국가들까지 `탈` 탈원전으로 선회하고 있다. SMR(소형모듈원전)이라는 `게임 체인저`까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속도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원전 기업들은 철저한 납기일 준수로 신뢰를 얻었다.
차기 정부의 수장이 누가 되든 이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후보들도 `원전 대세론`에 주목하면서다. 지난 대선 `감원전`을 내걸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원전 관련 공약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토론 등을 통해서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전을 계속 쓰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언하며 사실상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대형 원전 6기를 새로 짓고 SMR 조기 상용화와 기존 원전 가동을 통해 전체 전력 발전에서 원전 비중을 현 32.5%에서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역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김문수 두 후보 모두 `에너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약속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태양광, 해상풍력 에너지를 수도권 산업지대로 운반할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 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을 달성하겠단 구상이다. 김 후보는 "RE100은 구호일 뿐"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냈지만 역시 에너지도로망으로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겠단 공약을 내놨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주민 반대가 심한 육상 전력망을 바다의 해저 전력망(HVDC)으로 대체해 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겠단 구상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땐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하단 점도 염두에 둘 대목이다. 국내에 비해 해외 시장의 규모가 훨씬 커 국내 기업들도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의 경우 수출 흐름이 달라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협력 구도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개별 한국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글로벌 기술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에 진입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원전 산업의 지형이 바뀌면서 팀코리아가 아니어도 한국이 필요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