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범죄가 늘어나면서 국내 산업 피해액이 지난 2020~2024년 5년간 무려 23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2022년 9월 대검 기술유출범죄수사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한 이후 최근까지 2년 8개월간의 수사 실적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추산했다. 검찰은 그 사이 기술유출 사범 226명을 입건하고 7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로부터 환수한 범죄수익은 1238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이는 관련 피해액에 비해 수백분의 1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검찰의 피해 추산도 드러난 범죄를 토대로 한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다.  특히 첨단 분야 기술이 중국으로 많이 유출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적발된 기술유출 범죄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 분야 범죄의 비중이 30%를 넘고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사건 가운데 중국과 연관된 사건의 비중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기업들이 장기간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중국으로 줄줄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러 첨단 분야 기술에서 우리가 중국에 따라잡힌 최근 몇 년간 추세와 무관치 않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한국의 핵심 기술이 외국으로 무차별 유출되고 있어 기업들이 보안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보안 전담 조직을 운영하거나 이중삼중의 보안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재직 임직원에게 비밀보호 서약서, 퇴사 예정 임직원에게 취업제한 서약서를 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의 이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도 기술유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관련 범죄는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기술 유출 관련 기소 건수는 396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32%는 첨단 기술이 유출된 중대 범죄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술 탈취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직원을 매수해 기술을 빼가는 단순한 수법에서 벗어나 수법이 한층 더 지능화되고 있다. 위장 회사 설립, 위장 신분 사용, 자문중개업체 활용, NPE(특허 관리 전문기업) 설립 등 수법이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기술유출 범죄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형량이 3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그쳐 피해에 비해 가볍다. 때문에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무기징역도 가능한 간첩죄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에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로 넓히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간첩법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악용 우려`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기업이 피땀 흘려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이렇게 경쟁국으로 줄줄 새나가면 무슨 소용이 있나. 첨단 기술을 빼돌린 것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팔아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기 정부는 핵심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간첩죄 적용을 통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악용될 우려`를 주장하며 법 개정을 피해가서는 안된다. 줄줄 새는 첨단기술로 산업계의 속은 이 순간에도 타들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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